‘가격파괴’의 바람이 거센 가운데 이 멍에를 의도적으로 벗어버린 듯한 이색적인 두 기획전이 선보였다.
4월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타이틀―언타이틀―노타이틀(Title―Untitle―No Title)’.
이 전시회는 후기 산업사회의 주된 예술경향인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을 담기 위한 것이다.
큐레이터 신정아는 “형식과 관념을 존중하는 모더니즘은 추상과 구상, 사진과 회화, 동양화와 서양화 등 미술에 갖가지 벽을 만들었다”면서 “이 기획전은 벽을 무너뜨리고 시각적 아름다움 자체를 추구하는 우리 현대미술의 자화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수미 박소현 신용근 백금남 윤여환 등 신예들과 기성세대, 추상과 구상, 판화와 회화, 동양화와 서양화 등 ‘대립항’들의 통일을 추구해온 25명의 작가들이 참가했다.
그 벽은 어떻게 무너질까.
박소현의 ‘작은 열매’는 눈을 감으면 금세 떠오를 듯한 감나무와 국화 대나무가 등장한다. 여백의 미와 먹물의 품격을 추구하는 정통 문인화와 민화적 터치가 어우러진다.
윤여환의 ‘사색의 여행’은 전래 동양화의 여백기법과 현대적 세필(細筆) 묘사가 공존하고 있다. 02―720―5114
26일부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문을 여는 ‘입맞춤(The Kiss)전’은 인상적인 키스 장면이 꿈처럼 튀어나왔던 영화 ‘시네마 천국’을 연상시킨다.
누드는 예술이지만 키스는 ‘비예술’의 영역인가. 이제껏 미술이 아니라 대중매체의 소재로만 인식돼온 키스가 다양한 조형언어로 표현됐다.
권여현 우창훈 안창홍 최석운(서양화) 구본주(조각) 박순철(한국화) 등 22명의 작가가 출품했다.
캔버스에 아크릴릭을 사용한 최석운의 ‘입맞춤’은 부둥켜안은 남녀를 훔쳐보는 견공(犬公)의 모습에 위트가 넘친다. 한지에 수묵작업을 한 박순철의 ‘정’은 할아버지와 손자의 따뜻하고 정겨운 사랑이 손에 잡힐 듯하다. 4월16일까지. 02―736―4371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