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첫딸을 낳은 이모씨(32·서울 삼전동). 이전까진 어렵사리 직장일과 가사를 병행했는데 아이까지 돌보려니 완전 ‘탈진상태’. 남편의 손길이 다가오는 것조차 두렵다.
여성의 불감증. 먹고 살기도 힘든 IMF시대, 그깟 것이 무슨 문제냐고?
▼불감증은 병〓불감증에는 △성교시 통증 △전희나 성관계 때 흥분이 생기지 않는 각성장애 △극치감을 느낄 수 없는 절정장애 등이 있다. 절정장애는 심리적 원인이 절대적이지만 드물게는 △성감대인 음핵이나 질 내부의 ‘G 지점’ 이상 △부인과적 염증질환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등의 남용으로도 생긴다.
절정장애는 흥분기→지속기→절정기→해소기의 여성 성반응 4단계 중 절정기에 이상이 있는 경우. 절정은 성적 자극에 의해 피가 하체로 몰리고 질의 근육이 굳어지면서 질 바깥쪽이 약 0.8초 간격으로 3∼10회 강하게 수축되는 현상.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의 성욕을 억압하는 문화적 특성으로 절정장애가 전체 여성의 20%는 될 것으로 추측. 전문의들은 절정장애 중 ‘심인성(心因性) 절정장애’는 치료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고 있는 ‘병’으로 본다.
▼왜 문제인가〓남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우울증이나 자신감이 결여되기 쉽다. 이는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준다. 심리적 문제는 신체적 질병으로 연결된다.
절정(오르가슴)이 없으면 여성의 흥분기에 골반 부위에 몰리는 피가 원활히 순환되지 않아 불쾌한 기분을 갖기 쉽다. 또 절정 후 분비되는 호르몬 ‘옥시토신’은 여성을 조용하고 모성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정이 임신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사정 1분 전부터 사정 후 45분 사이에 절정을 느낀 여성의 몸 안에 더 많은 정자가 있었다는 것.
(도움말〓설현욱 성의학 전문의, 홍순기 산부인과 전문의)
◇ 남편이 도와주세요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Use it, or lose it).’ 미국의 유명한 성의학자인 마스터스와 존슨의 말. 부부가 서로 노력할수록 성적 능력은 무한히 발전해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행위는 부부의 ‘욕구수준’ ‘절정에 이르는 방법’ 등이 일치해 ‘성적 평형’만 이뤄진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서로의 요구수준이 달라 평형이 깨어질 때. 전문의들은 이럴 땐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기보다는 배우자의 말이나 요구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서로가 권태를 느끼지 않도록 끊임없이 성생활에 관심을 쏟는 것은 부부의 의무이기 때문.찰리채플린의 말. “어떤 예술도 짧은 시간에 배울 수는없다.마찬가지로 사랑의 행위는 숭고한 예술이며 지속적인 연습을 필요로 한다.”
◇ 이렇게 해보세요
절정장애 중 심리적 원인으로 일어나는 ‘심인성 절정장애’가 전체 절정장애의 90%를 차지. 주로 자신감 부족, 성에 대한 수치감, 죄의식, 임신에 대한 공포감, 스트레스, 성적 학대를 당한 경험, 배우자에 대한 분노감 때문에 발생한다. 강박 관념에 시달리는 사람은 성행위 중에도 이것저것 살펴보거나 생각한다. 지나치게 지적(知的)인 여성은 스스로 ‘성에 대해 너무 몰두하는 것이 아닌가’ ‘절정에서 혹시 통제를 잃을까’ 두려워해 절정장애를 겪기도 한다. 또 종교나 자라온 환경 때문에 성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전문의들은 “절정에 이를 수 있는 훈련이 불감증 치료의 기본”이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심인성 절정장애’ 등 불감증 여성을 위한 지침.
△흥분을 느끼는 경로와 성감대를 찾아라〓여성마다 흥분을 느끼는 신체 부위가 다를 뿐만 아니라 민감한 감각기관도 다르다.
△연습을 하라〓혼자서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10분 이내에 흥분할 수 있도록 훈련된다면 더 좋다.
△근육을 이완하라〓성행위 중에 자신을 풀어준다. 자신을 감정에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
△몸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성행위에서 대뇌의 역할이 9라면 신체의 역할은 1’이라는 주장도 있다. 몸매나 용모 등에 자신이 없다고 위축되지 말라.
△질근육 수축운동을 하라〓임신 후에는 질근육이 이완될 수 있다. 소변의 배출과 멈춤을 3초 간격으로 반복하는 ‘케글(Kegel)’훈련을 꾸준히 하라.
〈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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