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클리닉]김원규/최고연봉 받는 영어운전사

  • 입력 1998년 4월 19일 21시 16분


고층빌딩 내 고급 사무실. 양대리는 헤드헌팅회사에서 영어테스트를 포함한 한시간여의 면접을 진땀 흘리면서 마쳤다. 나오자마자 자판기 커피 두잔을 거푸 빼 마셨다. 꿈인가, 생시인가?

“지난해 11월에 받은 마지막 월급의 두배를 약속할테니 내주부터 근무할 수 있겠느냐”는 것. 보너스와 복리후생비를 합치면 2.5배가 넘는다. 대기업 과장 수준. 단, 외국인 중역을 모시는 운전직이었다.

전문대에서 의류디자인을 전공한 양대리는 의류수입판매회사에서 6년간 근무했다. 회사 부도 뒤 방황하던 중 ‘얄팍한’ 영어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헤드헌팅회사에 이력서를 냈던 것. 우연히 사귄 미국인과 퇴근 후에 자주 만나고 회사와 거래하는 외국인이 오면 사장 지시로 호텔에서 데려오고 데려다주고, 주말에는 용인 민속촌 등을 안내하고 식사대접하고…. 영어로 얘기하는 기회를 자주 가졌을 따름이다.

“하지만 내가 운전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양대리는 존경하는 선배인 N패션의 차상무와 상담했다.

“대단한 능력일세. 요즘은 밀려오는 외국인회사에 취직하는 게 제일인데 나는 나이 오십에 영어 일어 한마디 못한다네. 나도 금주까지만 회사에 나오게 돼 있는데 앞이 캄캄하네.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시대는 이제 정말 끝났다는 게 내 생각일세.”

양대리는 마음을 굳혔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운전사가 될 것이다.”

영어는 매일 중얼거리는 습관만으로도 실력이 크게 는다. 하찮은 영어능력이라도 국제화시대에는 당신의 연봉을 크게 높여준다. 얼마전 국제회의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한국 대통령을 근 40년만에 ‘처음’ 보지 않았는가.

김원규(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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