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존 선생님의 동물원」/온몸으로 동물사랑

  • 입력 1998년 4월 20일 20시 35분


어느 따뜻한 봄날, 노라는 강아지 키키, 인형 마기, 그리고 곰인형 푸와 함께 숲 속으로 놀러갔습니다.

강아지 키키가 덤불을 향해 짖기 시작했어요. 노라가 덤불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갈색의 물체가 보였어요. 아기오리였어요.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지요. “병에 걸렸나봐. 존 선생님께 데려가자….”

아기오리를 진찰한 존 선생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크게 다친 데는 없는 것 같구나. 잠시 정신을 잃은 것뿐이니 쉬고나면 괜찮아질 거야.”

존 선생님은 아기오리를 오두막집으로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상자 속에 넣었어요.

노라는 거기서 삐이삐이 울고 있는 작은 새를 보았습니다. “이 새는 어떻게 된 거예요?” “이 아기새는 둥우리에서 떨어졌단다.”

뒷마당 빨랫줄 옆에는 닭이 보였어요. “닭들은 아픈 것 같지 않은데요?” “주인이 버렸단다. 기르기가 귀찮아진 게지. 집에서 살던 동물은 갑자기 혼자가 되면 살 수가 없어.”

마당 한편에선 양들이 열심히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왜 예쁜 꽃을 안 먹는 거죠? 나 같으면 제일 먼저 먹었을텐데….”

존 선생님은 빙긋 웃었습니다. “양들은 독이 있는 꽃과 맛없는 꽃을 잘 알고 있단다. 동물들은 모두 다 잘 알지. 정말 대단하지?”

두산동아에서 펴낸 ‘존 선생님의 동물원’.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작가 이치카와 사토미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세계적인 명작 동화다. 자연과 속삭이는 어린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온다. 작가의 손에 이끌려 어린이들의 품에 안기는 동물들의 보드라운 숨결이 느껴지는 듯.

이 작품은 작가가 실제로 영국의 켄트 지방에 사는 ‘닥터 존’의 집에 머물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들이 존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마디 한마디에 빠져드는 사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소중한 지식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사실, 교실 안에서 도면과 활자만으로 이루어지는 자연학습이란 얼마나 공허한가. 자연과 더불어, 그 속에서 함께 뛰어놀면서 정을 붙이는, 그 이상의 자연학습이 있을 수 있을까.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데 ‘사랑’만한 묘약은 없다.

…,양까치밥나무 밑에는 거북의 집이 있었어요. “이 거북도 따뜻한 곳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추위에 약하단다. 그래서 집이 필요하지. 한 20년 지나면 백살이 될지도 모르겠다.”

노라가 미나리아재비꽃과 딸기를 주자, 거북은 목을 쑥 내밀고 덥석덥석 잘도 받아 먹었습니다.

동물들을 만나고 있는 사이, 날이 저물었습니다. 황금빛으로 물든 사과밭에서는 당나귀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어요. “이곳에 있는 동물들은 다 순한가 봐요.” “그건 말이다. 동물들이 스스로 귀여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서 존 선생님은 아기오리를 담아 두었던 상자를 들고 나왔습니다. 아기오리는 어떻게 됐을까?

“와아, 씩씩해졌다! 이젠 다 나았나 봐요!” 그 말을 듣고 주변의 동물들이 우 몰려들었어요. 아기오리는 노라의 무릎과 어깨 사이를 즐거운 듯이 오르내립니다.

“이 아기오리는 내가 발견했어!” 노라는 자랑스러운 듯이 모두에게 말했어요.

그런데 웬일일까요? 아기오리가 노라의 모자에 올라타더니 몇 번이나 울어댔습니다. 노라는 안타까웠습니다. “네가 원하는 게 뭐니? 아기오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존 선생님이 안쓰러운 듯 노라를 바라보았습니다. “동물들을 잘 보고 있으면, 무엇을 원하는지 자연히 알게 된단다. 그 동물을 아주아주 사랑하면 말이다.”

아기오리를 품에 꼭 안고 집에 돌아오던 노라.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아기오리를 숲 속 연못에 놓아주었습니다. 그리고 기쁘게 소리쳤어요. “참, 다행이야. 저렇게 좋아서 엄마오리 뒤를 쫓아가잖아!”

강아지 키키와 인형 마기, 그리고 곰인형 푸는 모두 놀랐습니다. “노라는 어떻게 아기오리의 말을 알아들었지?”

글쎄요. 어떻게 알아들었을까요? 노라도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집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어요….

〈이기우기자〉

▼전문가 진단▼

‘존 선생님의 동물원’은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며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다. 늙고, 다치고, 버려진 동물들을 거두어 함께 사는 존 선생님의 동물원.‘사랑을 받는다는 것’,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살찌우는지를 감동적으로 전해주는 자연학습장이다.

실화에 바탕을 둔, 어쩌면 아주 단순한 이야기를 이렇게 깜찍하고 가슴 따스하게 그려낸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이윤희<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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