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연극학자 신정옥씨(65·명지대 명예교수)가 이런 궁금증들을 발로 뛰어 풀어냈다. 셰익스피어의 한국수용사를 추적한 연구서 ‘셰익스피어 한국에 오다’(백산출판사)를 펴낸 것.
“25년부터 97년까지 한국에서 공연된 셰익스피어 연극을 모두 추적했습니다. 신문 등의 문서자료가 큰 도움이 됐지만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수집했어요.”
한국에서 첫 공연된 셰익스피어 작품은 경성고등상업학교 어학부가 공연한 ‘줄리어스 시저’(25년). 전막공연은 아니었지만 3·1운동 이후 관객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진 때라 반향이 컸다.신씨가 수집한 증언들에는 “연극 ‘오델로’에서 악당 이야고역을 맡았던 이해랑이 분노한 관객들의 돌을 맞았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셰익스피어 연극은 ‘한국적 정서’에 걸러져 수용됐다. 원본 그대로의 공연이 무대에 올려진 것은 70년대에 이르러서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별’(48년)로 한국화한 유치진은 결말부분을 양가의 화해 대신 반목으로 처리했고 임춘앵여성국극단이 ‘흑진주’(61년)라는 이름으로 개작한 ‘오델로’는 혼백이 하늘나라로 올라가 구원받는 해피엔딩이다.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