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탈을 쓰는 아이」,급우들 갈등-우정 그려

  • 입력 1998년 5월 4일 19시 30분


“그래, 저녀석 눈썹하며 고개를 젖히며 웃는 모습이 꼭 ‘양반탈’을 닮았군.”

달걀처럼 갸름한 얼굴에 반달 같은 눈썹을 가진 승연이는 ‘부네탈’, 성질이 급하고 방정맞은 덕기는 ‘초랭이탈’, 다리를 절뚝거리지만 마음이 따뜻한 흥렬이는 ‘이매탈’…. 하회탈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대장이 붙여 준 대로 별명을 부른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동화작가인 김상삼씨의 ‘탈을 쓰는 아이들’.

학교 생활에서 일어나는 친구들끼리의 묘한 심리적 갈등과 우정을 ‘하회탈’이란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그렸다. 하회별신굿 탈놀이에 등장하는 각종 탈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천연색 그림도 흥미롭다. 초등학교 5,6학년용.

우리 반의 대장 찬이.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에 살고 있지만 일부러 번쩍이는 시계와 유명상표가 붙은 옷을 입고 다닌다.

그러나 키가 크고 잘생긴 욱이가 전학해 오면서 그의 대장자리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동안 찬이가 써왔던 ‘부잣집 아이 탈’이 여지없이 벗겨지는 날. 그 절망감과 당황스러움이란.

옛날에 하회탈춤을 추던 아버지가 공연도중 탈이 벗겨져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서리 맞은 호박잎’같은 표정을 짓던 모습이 그랬을까.

그러나 마음의 탈을 벗으면 오히려 홀가분한 법.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는 길을 걸으며 서로의 본 모습을 털어놓은 후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찬이와 욱이….두산동아. 6,000원.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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