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사히신문 서울특파원 와타나베 쓰토무. 그는 한국에 있을 때 큰 실수를 했다. 일본어는 발음상 ‘ㅈ’하고 ‘ㅊ’을 구별할 수 없는데다 전날 마신 술이 깨질 않아 ‘첫발’ 대신, ‘족발’을 연발한 것.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 “족발? 족발이래! 일본사람이 족발이라니, 무슨 얘기야?” 부인 마유미는 거의 혼절할 상태. 하객들을 향해 자신도 모르게 “미안합니다”라고 소리칠 뻔했다. 어느새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일본 특파원의 아내가 쓴,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 ‘한국아줌마 예찬론’(소담출판사).
김치를 너무 좋아해 지금 일본에서도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다는 저자. 그의 글은 감칠 맛이 난다. 사람 사는 진한 냄새가 난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여러번 한국꿈을 꾸었다고.
원래 성격 탓일까. 저자는 한국사람 못지않게 화통한 데가 있다. ‘뵈기 조코 맛난 거이만’ 취하려 드는 일본인들이 못마땅하다. “나는 한국 아줌마들처럼 싸움박사로 남고 싶다. 속 시원하게 살고 싶다. 때로는 멍하게….”
‘냄비 끓는 소리를 들으며 식탁 위에서 태어난’ 책. 그래선지 가정을 울타리로 한 웃음과 따뜻함이 가득하다. 원래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저자가 직접 그린 책 속의 삽화가 꼭 그런 것처럼.
한국에 있을 때 한번은 두 딸아이와 함께 일본을 다니러 갔다. 열차 안에서 아이들이 한국말로 떠들자 한국 아이들로 생각한 승무원이 버럭 신경질을 냈다.
가만히 있을 마유미가 아니다. “아이들이니까 떠드는 거죠. 그리고 우리 아이들 일본인이에요.”
그런데 왜 한국말을 하느냐는 승무원의 볼멘 소리. 아이들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상한 아저씨야!” 물론 한국말로.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