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 계획 당시엔 서초동 현 대법원 청사 자리를 놓고 다툰 결과 지금의 위치로 ‘밀려났고’ 그래서 교통 불편을 감수하게 됐지만 산기슭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산바람을 갖게 된 점은 예술의 전당에 손꼽을 만한 축복.
예술의 전당은 서예관 뒤 대성사길 옆 산자락에 ‘한국정원’을 만들고 91년부터 야외공연을 열고 있다. 수풀로 감싸안긴 신선한 분위기에다 서초동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좋아 행사때마다 때로 앉을 자리가 모자라는 성황을 이룬다.
올해부터 매달 첫째 셋째 마지막 일요일 오후에는 언제든지 이곳에서 열리는 야외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주제를 가진 상설공연으로 자리잡은 것.
공연은 10월18일까지 오후4시에 시작된다. 특히 31일부터 매달 마지막주에는 ‘한국 강(江)의 혼과 예술’이라는 주제를 담아 전국 각지의 전통문화 순례에 나서게 된다.
올해섬진 영산강으로 시작, 2002년까지 낙동강 대동강 금강 한강권의 문화가 차례로 소개된다. 섬진 영산강을 첫 순례지로 삼은 이유는 이 강들이 동서를 가르는 물줄기로 민족화합의 상징성을 띠고 있기 때문. 동편제 서편제라는 말이 두 강을 중심으로 생겼을 정도로 이 지역은 ‘예향(藝鄕)’으로 소문난 고장이다.
첫날인 31일에는 판소리 인간문화재 성창순과 전북도 무형문화재 박복남이 출연, 판소리 심청가와 수궁가를 공연한다. 심청가의 성창순은 김창환 정정렬로 이어지는 서편제 보성소리의 계승자이자 김소희로부터 동편제도 배워 동서편제를 넘나드는 드문 명창. 수궁가의 박복남은 96년 전국판소리 명창 대통령상을 수상한 숨은 명창으로 이번이 첫 서울공연이다. 송만갑에서이어지는웅건한동편제 계보를 계승하고 있다. 이후의 프로그램은 ‘농민의 노래’(6월28일) ‘선비정신의 문화’(시조 가사 등·7월26일) 등으로 이어진다.
매달 첫째 셋째 공연도 주제가 있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7월까지의 주제는 사물놀이. 17일 사물놀이 한울림의 비나리, 삼도설장구가락을 시작으로 장애인 사물놀이팀인 사물천둥(6월7일), 직장인 팀인 쌍용 사물놀이(6월21일) 등이 갈고 닦은 재주를 선보인다. 02―580―1234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