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좋은 작품이란 우리나라 미술만이 아니고 좋은 선생이란 직접 가르치는 교사만이 아니다. 간단한 책일 수도 있다. 그런 친절하고 훌륭한 미술감상 교사는 이상하게도 영국에서 많이 나왔다. 영국인들은 예술적으로 항상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대륙의 나라에 대해 일종의 열등의식이 있지만 케네스 클라크 같은 미술사가를 갖고 있는 것을 큰 자랑과 영광으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클라크의 명성과 인기에 도전하는 한 여성교사가 등장했다. 그녀는 놀랍게도 미술사가가 아니라 수녀인 웬디 베켓이다.
웬디는 이미 BBC 최고의 스타가 되었고 매주 일요일 오후엔 그녀의 ‘명화이야기’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나들이를 삼갈 정도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 웬디 수녀와 함께 떠나는 미술기행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기에 나는 그 교사의 비기를 알아내기 위하여 정독하였다. 읽고 보니 그녀의 인기란 다름 아니라 작품에 정통한 것 못지 않게 관객의 심리를 꿰뚫고 있음을 알았다. ‘당신도 그림보는 눈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웬디 베켓 수녀의 명화이야기’를 펴낸 돌림 킨더슬리사는 편집의 묘에 의해 만든 ‘명화 이야기’시리즈로 유명한데 이 책 또한 함께 번역되어 나는 오랜만에 서양의 명화와 환상적인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이 책은 편집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작품을 분석하는 눈이 대단했다. 그것은 분석이 아니라 거의 해부에 가까웠다. 그런데 필자들의 면면을 보니 모두 젊은 평론가 학예연구원 등으로 되어 있어서 더욱 놀라웠다.
뛰어난 미술해설가를 배출해온 영국의 전통에는 이런 저류가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우리는 언제 이런 저서와 편집에 의한 ‘한국미술사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하니 마냥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유홍준(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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