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 석수동 삼성산(三聖山·해발 460.9m) 산정에서 20m쯤 아래. 지난 일요일 오전 봄나들이에 나서 삼막사(三幕寺)를 찾은 김원철씨(38·K보험대리점 운영)와 신현진씨(35·주부) 부부가 나눈 대화. 때이르게 더워진 날씨로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삼막사에서 5분쯤 산길을 따라 걸어 올라왔을까. 아름드리 적송이 쭉쭉 뻗은 계곡 위쪽에 아담하게 서 있는 칠보전(七寶殿). 여기서 5m쯤 떨어진 곳에 ‘야릇한’ 모습의 바위 두개가 마주보고 있다.
경기도 민속자료 제3호 남녀근석(男女根石). 남근석은 1m50, 여근석은 1m10. 계곡 아래로 뻗은 바위뿌리까지 치면 높이는 5m 가량이다.
“아들 낳으러 오셨수?” 머리가 희끗희끗한 등산복 차림의 60대 남자가 김씨 부부에게 물었다. “4월 초파일이나 7월 칠석날에는 자식없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와요. 촛불 켜고 과일 올리고 치성드리느라 야단이에요.”
“저희는 아들 하나 벌써 다 키웠어요.”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을 떠올리는 신씨.
삼막사는 조선 세조가 세운 4대 원찰(願刹·왕이 국태민안을 기도하는 도량) 중 하나. 동으로 태릉의 불암사, 서로 서울 은평구 진관사, 북으로 서울 종로구 구기동 승가사와 함께 서울의 사방을 지키는 원찰이었다. ‘삼성’이라는 이름은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단군 환인 환웅 3명의 성인(聖人)을 뜻한다. 풍수지리적으로나 토속신앙으로나 ‘자녀 잉태의 길지’로 꼽히는 삼성산.
먼저 풍수지리적 측면. 남성의 기운이 충만한 ‘바위산’이면서도 그 위에 거목이 자랄 만큼 비옥한 흙이 덮여 ‘음양 이원기(陰陽二元氣)’의 조화가 출중하다. 또 삼막사에서 내려다볼 때 앞쪽 멀리 좌우를 가로지르는 안양천과 주위 산의 기운이 어우러져 산수(山水)의 조화를 이룬다. 또 좌청룡 우백호를 이루는 앞산들이 좌우대칭으로 펼쳐진다. 한마디로 ‘조화로움의 터’라는 임학섭 청산풍수지리연구원장의 설명.
다음은 토속신앙의 측면. 산의 정점(頂點)에 있는 남근석과 여근석은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믿음이 서려 있는 토속신앙 그 자체다. 이 남녀근석은 음양의 기운을 한데 모으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 이곳을 찾아 자녀를 낳게 해 달라고 기원한 옛사람들이 ‘효험을 봤다’는 데는 이같은 이유가 있다는 얘기. 또 남녀가 이곳을 같이 찾으면 부부생활이 원만해지고 자녀와 함께 찾으면 자녀의 건강과 성공에 도움이 된다는 것. 멀리 안양 군포 의왕시를 둘러싸고 있는 수리산(690m)은 이곳에 모인 기운을 보호해 주는 형색이다. 산길을 내려와 삼막사 앞마당에서 탁트인 서쪽을 바라보던 김씨와 신씨.
“뒤에는 바위산이 버티고 있고 앞에는 안양천이 흘러 영락없는 배산임수(背山臨水)네.”
“당신이 풍수도 알아요?”
(도움말〓임학섭 청산풍수지리연구원장)
◇볼거리
▼삼막사〓주전은 육관음전(六觀音殿). 양편에 석등이 있으며 주변에 조선 고종 때 세운 명왕전(冥王殿·경기도 문화재자료 제60호), 범종각 망해루 등이 있다. 현재의 삼막사는 세조 때 세운 것이지만 절터의 유래는 통일신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석탑〓천불전 뒤편에 ‘삼막사 3층석탑’.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12호. 몽고의 침입 때 삼막사 승도인 김윤후가 몽고장군 살리타를 살해한 뒤 지은 탑이라고 전해진다.
▼마애삼존불〓사적비에서 관악산 쪽으로 3백m 가량 오르다 보면 마애삼존불(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4호)이 있다. 앞에는 칠보전(일명 칠성각)이 있다.
▼원효대사 기도석굴〓삼막사에서 관악산 쪽의 등산로를 따라 50m 가량 오르면 신라 원효대사가 기도를 드렸다는 석굴이 있다.
◇찾아가는 길
서울대를 왼편에 끼고 관악산 등산로를 따라 정상을 넘어 삼성산쪽으로 걸으면 삼막사까지 1시간∼1시간반 소요. 전철로는 수원행을 타고 관악역에서 하차. 석산 삼거리에서 삼막사 방면으로 1㎞ 정도 걸어들어가면 삼막사 입구. 등산로를 따라 40분 정도 걷는다. 승용차로는 서울 영등포에서 1번 국도를 타고 시흥 네거리를 지나 10분쯤 달려 석산삼거리에서 삼막사쪽으로 좌회전. 삼막사 입구에 30대 규모의 무료주차장. 주변에 식당이 없는 것이 단점.
〈박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