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도권 月貰시장 활기…목돈마련 힘든 세입자 선호

  • 입력 1998년 5월 31일 20시 40분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택 매매 및 전세 거래는 뚝 끊겼으나 월세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주택 수요자의 소득이 감소하고 전세놓기가 어려워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으로 집값과 전세금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월세가 주택시장의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실태〓월세 수요가 많은 곳은 신촌 강남 등 원룸 오피스텔 밀집지역과 상계동 잠실 목동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들 지역의 월세 거래량이 작년 하반기에 비해 20∼30% 가량 늘었다고 말한다. 상계동 고려공인중개사무소 박기찬씨(42)는 “전체 거래량은 작년 하반기에 비해 절반 가량 줄었으나 월세 거래는 소형 평형 중심으로 30% 늘었다”고 전했다.

▼배경〓세입자들은 소득이 줄고 대출금리가 올라 목돈 마련이 어려워진데다 보증금 반환 문제로 집주인과 다툴 필요가 없어 월세를 선호한다. 시중금리가 올라 세입자 입장에서 통상 월 2%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도 월세의 매력.

집주인들도 월세로 계약을 하면 전세금이 떨어져 계약을 경신할 때마다 종전 세입자에게 전세금 차액을 돌려주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전망〓집값과 전세금이 오르지 않으면 집을 짓거나 매입, 전세를 놓는 투자의 매력이 줄어든다. 예금금리가 18%일 때 1억원을 은행에 예치하면 연간 1천8백만원의 소득을 얻는다. 반면 이 돈으로 집을 지어 5천만원에 세를 놓고 전세금을 은행에 넣으면 연간 9백만원밖에 벌지 못한다. 집값이나 전세금이 올라 9백만원 이상의 소득이 보전돼야 전세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

주택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가계금융의 한 형태로 정착한 한국 특유의 전세제도는 주택난이 해소되면서 점차 퇴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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