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 위조범죄 갈수록 기승…특수용액 사용 쉽게 변조

  • 입력 1998년 6월 3일 19시 43분


주민등록증이 신원확인 기능을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다. 오히려 현재의 주민등록증은 변조가 너무 쉬워 범죄자들이 쉽사리 신분을 위장하도록 도와주는 역기능까지 생기고 있다.

또 최근에는 범죄자들이 금융전산망에 주민등록증 검색기능이 없는 것을 이용, 아예 가공의 인물로 주민등록증을 위조해서 각종 금융관련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올들어 전국에서 적발된 주민등록증 위조관련 범죄는 1백여건이 넘는다.

그동안 주민등록증 관련 범죄는 범죄자들이 경찰의 검문을 피하기위해 정상적인 시민의 주민등록증을 구입, 사진을 바꿔치기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특수용액으로 주민등록증 기록을 모두 없앤뒤 허위로 기록을 작성하는 등 ‘가공의 인물을 창조하는 수준’으로 까지 발전했다. 4월 경찰청에 구속된 폰뱅킹 절도범 일당은 위조한 주민등록증으로 은행계좌를 개설, 3억1천만원을 빼돌렸다.

또 지난달 22일 신용카드 42장을 다른 사람 명의로 발급받아 물품구입비 등으로 2억4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안진섭씨(32)등 2명도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이용했다.

이들 일당은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심부름 센터 등을 통해 주민등록증 1장에 30만원씩 30여장의 주민등록증을 ‘단체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본보가 지난해 4월 직접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서 주민등록증이 불법으로 매매되는 실태를 고발했지만 주민등록증 불법 매매가 줄어들기는 커녕 첨단 기법을 사용, 더욱 번져가고 있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들은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내용을 특수용액으로 모두 지운뒤 자신들이 만들어낸 가공의 이름과 주민등록증 번호 등을 적어넣었다. 이럴 경우 은행의 전산망은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체크할 수 없다.

경찰은 소매치기 조직이 자신들이 훔친 주민등록증을 청계천 일대의 주민등록증 매매조직에 대량으로 팔아넘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서울역 일대 노숙자들이 급전을 구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범죄자들에게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의 주민등록증은 변조및 위조가 너무 쉬워 범죄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악용할 수 있다”며 “주민등록증 매매조직에 대한 색출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현두·선대인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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