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살리기 풍수기행④]서울의 「영산」북한산

  • 입력 1998년 6월 4일 21시 29분


“저 백운대와 인수봉의 늠름한 기상을 보세요.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의 정기(精氣)가 북한산 줄기를 따라 서울시민들에게로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낮 북한산국립공원내 대남문. 북한산 풍수탐방에 나선 임학섭청산풍수지리연구원장(林鶴燮·02―981―8807)은 북한산이 서울의 기(氣)의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북한산은 기본적으로 음양오행상 목(木)에 해당합니다. 즉 땅의 기운이 좋아 번영 희망 동쪽을 상징하는 산이지요.”

이날 오전 구기동매표소를 출발, 용맥(龍脈·용처럼 구불구불한 형상)이라는 깔딱고개를 지나 1시간 20여분만에 도착한 대남문. 북한산 본자락의 남쪽 입구다. 대남문에 서니 저멀리 한눈에 들어오는 백운대 일대 암봉군(岩峰群), 이세상 어느것도 감히 견줄 수 없을 것 같은 장관(壯觀)이다.

북한산의 주봉들인 백운대(836.5m) 인수봉(810.5m) 만경대(799.5m). “‘삼각산(三角山)’이란 이름을 낳은 저 세 봉우리에서 남쪽으로 뻗은 북한산의 주능선은 대동문 대남문을 거쳐 보현봉 형제봉을 지나 비룡(飛龍)의 형세로 서울의 현무산(玄武山·혈을 맺는 산)인 북악산(342m)에 이릅니다. 여기서 서울 장안이 넓게 펼쳐지니 우백호 인왕산(338m)은 호랑이가 앉아서 혈장을 지키는 형상으로 길게 뻗어나가다 남산(262m)으로 솟아오릅니다. 좌청룡은 삼청동 명륜동 혜화동 보문동을 이어가는 낙산 지맥입니다. 즉 북한산에서 뻗는 지세(地勢)는 백호(음·陰)가 강하고 청룡(양·陽)이 약한 형세지요.”

대남문에서 한숨 돌린 뒤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을 지나 백운대 까지 걷는다. 구름속을 산책하듯 평탄한 능선길(용암문∼백운대는 상당히 험함)을 따라 2시간여 걷노라면 ‘내가 산인지 산이 나인지’….

백운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그 위에 서서 서울시내를 굽어본다.“저 남쪽 관악산은 음양오행에서 화산(火山)입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풍부한 수량을 지닌 한강이 화를 제압해주고 있거든요. 서울의 형세는 학이 날아오르는 비학(飛鶴)형 명당입니다.”

‘산중(山中) 구멍을 통과하니 별천지가 열리는구나.’ 산악애호인들은 북한산을 독특한 ‘구멍체험’의 산이라 부른다. 조선 숙종 때 산성(山城·길이 8㎞)을 만든 이후 북한산의 품안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성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

서울 어느 곳에서든 등산로는 각 방향에 나 있는 성문으로 모이고(각 매표소에서 가까운 성문까지는 대개 1시간10분 남짓 코스), 둥근 문을 통과하면, 아! 그 순간부터 펼쳐지는 장엄하고 광활한 새 세계….

그래서 풍수를 전혀 모르는 서양인들도 북한산에 와 보면 “대도시에 이렇게 웅장하고 수려한 산이 있다니!”라고 저절로 탄성을 터뜨리며 서울시민을 부러워하는 걸까.

[북한산 자투리정보]

▼편하게 찾아가려면 △“북한산에 가고 싶어도 버스 정류장에서 산 입구까지가 멀어 미리 지쳐버린다”는 불평이 많다. 그럴 경우 국민대 앞을 추천할만. 버스에서 하차, 1분만 걸으면 매표소니까.

△등산로 바로 아래 승용차를 무료주차할 수 있는 곳도 꽤 있다. 평창동 연예인교회 부근에서 차로 5분가량 올라가면 나오는 평창1,2매표소 주변엔 약간의 빈터. 휴일엔 아침 일찍 꽉차지만 오후2시 이후에 가면 빈 곳이 꽤 있다.

▼초보자를 위해〓‘아직 북한산에 한번도 안 가봤다구요?’ 평탄한 초보자용 코스로는 평창동, 구기동 코스를 추천할만. 구기동매표소에서 대남문까지 오른뒤 비봉, 또는 대성문을 돌아 내려오는 왕복 3시간 내외 코스. 또 평창동매표소에서 대성문까지 올라간 뒤 능선을 타고 북한산장을 거쳐 용암문을 통과, 도선사로 하산. 길이 험하지 않고 능선산책이라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코스.

▼목정굴〓비봉 자락 금선사 대웅전 바로 밑에 있는 자그마한 동굴 법당. 풍수연구가 임학섭씨는 “북한산 주봉에서 내려온 정기가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 설명. 목정굴(木精窟)이란 이름도 ‘목산인 북한산의 정기가 모이는 동굴’이라 해서 지어졌다고.‘정조대왕이 원자출생을 기원하자 농산선사가 이곳에서 3백일간 기도한 끝에 원자가 출생하니 바로 순조이며, 이승만전대통령의 모친도 황해도 평산에서 북한산을 찾아와 이곳과 문수사에서 득남을 기원해 이박사를 낳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기홍기자〉l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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