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지도자이면서 정치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칼뱅. 그 무소불위의 독재에 단신으로 맞선 제바스티안 카스텔리오. 그 고독한 이상주의자는 누구인가.
실제 거지와 다름없는 학자로, 번역과 가정교사 일로 근근히 처자식을 돌보았던, 거처도 시민권도 없는 망명자. 역사는 카스텔리오를 ‘코끼리 앞의 모기’에 비유한다.
칼뱅과 그 일파에 의해 역사의 망각 속에 묻힌 카스텔리오. 독일문학의 거장 슈테판 츠바이크가 그를 복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히틀러의 광기가 절정에 달하던 1930년대 중반, 저자는 카스테리오에게서 진정한 지식인의 용기를 보았던 것.
하지만 몽테뉴가 말했던가.
‘가장 용감한 사람들은 가장 불운한 사람들이었다…’고. 자작나무. 8,000원.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