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사회심리학①]『본선1승=보약열첩 효과』

  • 입력 1998년 6월 7일 20시 14분


“축구가 왜 재미있느냐고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해 카타르시스를 주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단순 명쾌하면서도 ‘섹스 어필’하는 남성적 스포츠라는 점도 한몫 합니다.”

축구해설가 신문선씨의 심리학적 축구예찬. 프랑스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의 선전에 걸린 온 국민의 들뜬 기대심리를 ‘IMF 장마’도 잠재우진 못한다.‘축구의 심리학’을 이용해 월드컵을 한껏 즐기는 방법과 그 효과.

▼ 함께 봐야 더 재미있다 ▼

S증권사 유정환대리(33). 한국 대 멕시코의 1차전이 중계되는 15일 0시반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아파트에 동서들 모임을 일찌감치 소집해 놨다.

“혼자보면 무슨 재미입니까. 모여서 ‘와와’하는 맛에 보는 거죠. 맥주라도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 아닙니까.”

축구는 함께 봐야 더 재미있다. 이유는 뭘까. LG커뮤니카토피아연구소의 김재갑 선임연구원(심리학박사).“함께 경기를 보면서 승리를 기원하고 같은 순간에 환호하면서 자신과 옆사람을 동일시하게 됩니다. 이른바 ‘사회비교과정’을 통해 타인과 자신이 기대하는 바가 일치하는 부분을 찾으면 기쁨과 재미가 배가되는 거죠.”

▼ 의외의 승리가 더 즐겁다 ▼

첫번째 상대인 멕시코는 한국이 1승의 표적으로 삼고 있는 팀. 2차전 상대인 네덜란드는 한국이 승리를 넘보기 일단 힘든 팀으로 평가된다. 두팀 가운데 한팀에 1승, 다른 한팀에 1패를 해야 한다면 어느 팀에 승리했을 때 더 즐거워질까. ‘정답’〓네덜란드.

“게임을 볼 때는 이미 알고 있던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인 예측을 하게 됩니다. 예측은 기대로 이어지고 기대가 적중하면 만족감을 느끼죠. 만족감보다 더 큰 감정은 ‘의외성’에서 옵니다.”(김연구원)

▼ 월드컵 1승과 국민건강 ▼

‘신바람 건강법’의 연세대의대 황수관박사.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1승을 거뒀을 때의 효과요?보약 열첩 먹는 정도는 될 겁니다. 월드컵 축구처럼 ‘신나는’ 경기를 볼 때 사람은 ‘유스트레스’를 받게 돼 건강에 아주 좋습니다.”

한국민 중 2천만명이 한국팀의 승리를 지켜본다면 보약 2억첩. 열첩에 15만원을 치면 3조원의 국민건강 증진효과. IMF시대에 전 국민이 ‘공짜 보약’을 먹는 셈이다.

하지만 졸전 끝에 패배한다면?

다시 김연구원.“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밤잠을 설쳐가며 경기를 지켜본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해야겠죠. 자기합리화만 제대로 이뤄지면 해는 없습니다. 스포츠의 좋은 점은 ‘전쟁’만큼 격렬하면서도 심리적인 후유증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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