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광대가」 18일 국립극장서 개막

  • 입력 1998년 6월 15일 07시 09분


어려운 시절이라 문화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동서고금의 역사는 난세에 문화가 흥융(興隆)했음을 기록하고 있다. 기근과 민란이 빈발했던 조선말, 전북 고창땅에는 전래의 소리판을 판소리 다섯마당으로 정리한 신재효라는 선각자가 있었다. 그가 키워낸 전설적 예인(藝人)가운데 역사상 최초의 여류명창 진채선이 있다.

두 사람의 삶과 열망, 치열한 득음의 과정과 영광을 담은 드라마가 창극으로 공연된다. 국립창극단이 18∼23일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광대가’.

20년전 극작가 허규가 창작한 동명(同名)희곡을 보완, 김효경이 연출하고 김일구가 작창(作唱)을 맡았다.

수많은 재인의 연희(演戱)를 보고 솜씨에 따라 거두어 키우는 신재효. 어느날 채선이 남장을 한채 소리를 하다 들통이 난다. 그 솜씨에 감탄한 신재효는 명창 김세종에게 그의 교육을 부탁한다. 얼마뒤 대원군이 중수한 경복궁 낙성연이 열리고, 신재효는 채선을 연회에 보내기로 마음먹는데….

작품 곳곳에는 삶의 황혼에 접어든 신재효의 고뇌, 그리고 그가 꿰뚫어본 연희예술의 본질에 대한 토로가 수놓아진다. 명창 부부인 김일구와 김영자가 신재효와 그의 부인역을 맡았다.

영화 뮤지컬 등에서 오랜 외도를 한 오정해가 채선역으로 데뷔해 눈길을 끈다.

안숙선 국립창극단장은 “국립단체인 만큼 단원 외에도 다양한 소리꾼에게 문호를 개방했다”며 “관람층을 더욱 두텁게 만들어야겠다는 인식도 배역선정에 고려됐다”고 ‘창극 신인’ 오정해의 주연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연출자 김효경은 “신재효는 연기 연출 희곡을 토착이론화한 ‘한국의 스타니슬라브스키”라고 그의 역사적 중요성을 설명한 뒤 “허규 희곡의 주요 특징인 오광대 사당패 말뚝이 등의 연희를 수놓아 한결 흥겨운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신재효 역에는 왕기석, 채선역에는 유수정이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한다. 평일 오후7시반, 토일 오후4시. 02―274―1151∼8(국립창극단)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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