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村은 민족근대화의 선각자』…영문판 전기 美서 출간

  • 입력 1998년 6월 19일 20시 11분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선생의 영문판 전기 ‘한국의 민족주의 기업가:김성수의 생애, 1891∼1955’에 대한 서평 토론회가 1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부암동 송암관에서 열렸다.

연세대 현대한국학연구소가 주최한 ‘한국학 콜로키움(집담회·集談會)’은 매월 한차례씩 해외에서 발행된 한국학 관련 서적에 대한 서평을 하는 모임으로, 이날 행사에는 관련학자 20여명이 참가했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출판사에서 발간된 인촌 선생 영문전기는 미국 테네시대학 인류학과 김중순(金重洵)교수가 집필했다. 다음은 서평 및 토론 내용.

▼유석춘(柳錫春·연세대 사회학과)교수〓이 책은 인촌 김성수선생의 업적을 인류학적인 방법을 통해 평가하고 있다. 중앙학교 고려대학교 경성방직을 설립하고 동아일보를 창간하는 등 식민지시대 근대화를 위해 헌신한 인촌의 업적을 주변 인물들의 긍정적, 부정적인 증언을 통해 생생히 기술하고 있다.

인촌의 생애와 우리 민족의 근대화 과정을 분리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근대적 기업과 학교 및 언론을 일으킨 그의 생애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과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책은 문화적 가치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은 선각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3·1운동 이후 ‘문화 정책’이 시행되던 약 10년간 국내에서는 좌익보다는 우익이 독립운동의 주도권을 행사하던 시기다. 이때 우익 활동가들은 공개적으로 언론 교육 기업 애국계몽운동 등을 펼쳤다. 그러나 일제말 탄압기에는 아예 지하로 잠적했던 좌익보다 공개적으로 활동하던 우익인사들이 더 큰 탄압을 받게 되었다. 인촌 등 당시 국내 애국인사들은 이러한 식민지 상황과의 관계 속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반병율(潘炳律·외국어대 국제지역학대학원)교수〓한국인에 대한 전기로서 세계 출판계에 선보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책에서는 식민지 지배하에서 인촌이 주창한 실력양성론, 문화적 민족주의,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적극적인 평가를 시도한다. 그러나 김용섭, 에커트, 로빈슨, 커밍스 등 김성수선생에 대한 비판적 지적들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이인수(李仁秀·전 명지대교수·이승만전대통령 양아들)씨〓우리나라에서 엄밀한 학문적 객관성을 논하기에는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인물에 대한 평가는 자신이 처한 입장과 정서에 따라 극단적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 대국적인 견지에서 모두 담을 헐고 협조해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중순(金重洵·미국 테네시대학 인류학과)교수〓인촌은 정치가라기보다는 문화민족주의자, 교육자, 현실주의자였다고 볼 수 있다.

인촌은 위대한 민족독립운동가로 평가받기도 하고 일제와 직접 맞서 싸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받기도 한다. 인촌에 대한 이같은 극단적이고 대립적인 평가는 좌우 이데올로기로 민족주의자들을 갈라 놓은 일제의 교묘한 식민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서양에서 출판됐던 각종 인촌 관련 논문은 왜곡된 것들이 많았다. 이번 전기는 서양인들에게 인촌을 제대로 소개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쓰여졌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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