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최승희 춤을 전수받은 북한 국적의 재일교포 무용가 백향주의 서울공연을 앞두고 한국무용을 현대화한 선구적 예인(藝人) 최승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승희는 서울 숙명여중을 졸업하고 일본에 건너가 이시이 바쿠에게 3년간 무용을 배운뒤 귀국, 한성준에게서 한국 민속춤을 전수받으며 우리춤 계승 발전의 근대적 체계를 마련했다.
1934년부터 10년간 최승희는 아시아 유럽 미국 남미 순회공연을 통해 한국춤의 매력을 전세계에 알리며 세계 10대 무희의 한사람으로 꼽혔다.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스페인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도 최승희 춤의 열렬한 숭배자였을 정도.
광복후 남편 안막을 따라 북한으로 간 최승희는 55년 인민배우 칭호를 받고 안무 활동과 후진양성에 힘을 쏟았으나 67년경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희의 춤세계는 동양적인 유현(幽玄)함 속에 은근하고도 신명나고, 소박하면서도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경지를 담아낸 육체의 향연이었다.”
13세때 최승희 춤을 처음 본 뒤 그의 열렬한 예찬자가 된 극작가 차범석의 회고다.
29, 3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최승희 춤을 공연할 백향주는 올해 23세의 젊은 무용가. 동경에서 자란 그는 두살부터 무용가인 부친 백홍천에게 춤을 배운 뒤 중국에 유학, 중앙민족대학 무용학부를 최우수학생으로 졸업했다. 최승희 춤을 익힌 것은 95년 북한에서 최승희의 제자인 평양만수대 예술단 안무자 김해춘을 사사하면서부터.
백향주가 이번에 선보일 최승희 춤은 ‘무당춤’ ‘초립동’ ‘고구려의 무희’ ‘보살춤’ 등이다.
그러나 그의 춤에서 원형 그대로 재현한 최승희 춤은 감상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승희의 제자이자 수양딸, 그리고 동서였던 원로무용가 김백봉(경희대 명예교수)은 백향주의 일본 공연 비디오를 본뒤 “상체를 뒤로 젖히거나 허리를 옆으로 꼬는 표현이 자주 발견되는데 이는 최승희 춤의 기본형과 상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향주의 춤은 최승희 춤 원형의 재현이라기 보다 최승희 안무에 바탕을 두고 북한에서 발전된 춤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무용복식연구가 정선도 “백향주가 입은 의상은 최승희의 공연 의상과 크게 다르다”며 중국 러시아 등의 무용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백향주는 본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에 선보일 춤은 최승희 춤을 바탕으로 북한에서 발전시킨 것”이라며 원형 그대로의 최승희 춤을 재현하는 것이 공연의 기본 목적은 아니라고 밝혔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