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씨(34·서울 강남구 역삼동) 가족은 김씨가 손빨래를 하고 있으면 조심한다. 무엇인가에 잔뜩 ‘독’이 올랐다는 증거. 입 주위 근육은 실룩샐룩. 빨래거리를 치대는 모습은 사뭇 전투적이다.
J사 사원 신모씨(29·여)는 남편과 다투기만 하면 옆방으로 가 영화음악을 듣는다. 닭똥같은 눈물이 ‘조건―반사’ 법칙을 어기지 않고 줄줄 흐른다. 10분 정도 울고난 뒤 ‘패∼앵’ 코를 풀고 나면 화가 어느 정도 풀린다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대표 노규형)가 13일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해소법은 천차만별. 특히 주부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김씨나 신씨의 경우처럼 유별난 것이 많았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1위는 ‘그냥 참는다’(18.5%). 2위는 ‘수다나 대화’(15.7%). 이어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푼다’(8.4%) 종교생활(7.5%) 음악감상(6.1%) 등의 순.
가족에게 화풀이하거나 곡(哭)을 하는 방법도 있었고 △신문 읽기 △노래 △폭식 △드라이브 △흡연 △쇼핑 △영화감상도 있었다.
이에 반해 남자는 ‘단순한 방법’이 많이 쓴다. ‘술을 마신다’가 27.6%로 가장 많았고 등산이나 운동이 17.6%, 그냥 참는 경우가 13.3%, 친구와의 대화 6.9%, 휴식 4.8%의 순이었다.
연세대의대 정신과 고경봉교수는 “남성은 조직에 얽매인 생활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 시간과 방법이 제한돼 있지만 주부는 성격과 경험에 따라 내키는대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설명.
한편 96년 8월 주부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와 비교해 보면 ‘경제문제’의 스트레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6년엔 스트레스요인으로 자녀문제가 37.2%, 부부싸움 8.2%, 시댁과의 마찰 7%에 이어 경제문제는 5.4%로 4위였다. 그러나 올해엔 경제문제가 37.1%로 1위였고 자녀문제 12.3%, 부부싸움 3.3%, 시댁과의 마찰은 2.8% 밖에 되지 않았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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