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예수를 묘사한 작품은 외관을 통해 인류의 원죄를 대신 짊어진 고뇌를 드러내야 하므로 어떤 예술 형식으로도 모자랄지 모른다. 기독교 예술사에서 예수를 직접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이 성모상이나 성모자상에 비해 드문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예수의 흉상중 압권으로 평가받는 것은 네덜란드 태생의 클라우스 슬루터가 14세기 말에 제작한 작품. 슬루터의 예수 조각은 고뇌받는 형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게 특징이다. 예수를 살아있는 하느님의 아들로 묘사한 여느 성화(聖畵)와 달리 사람의 모습도 연상된다. 가슴 부위가 굴곡없이 퍼져 있고 고개가 숙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채 운명하기 직전의 모습인 듯. ‘다 이루었다’고 말한 마지막 음성도 들릴 듯하다.
머리에 쓴 가시관과 잠자듯이 조용히 감은 두 눈, 슬루터가 고통받는 예수를 이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은 신과 인간 존재의 참뜻에 대한 물음이 아니었을까. 전시는 예술의 전당 미술관 02―580―1234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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