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어이가 없는지 픽, 웃는다. “네? 좀 깎아 주세요. 코 때문에 괴로워서 잠도 안오는데, 돈이 조금밖에 없거든요. 코 수술을 못하면 죽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해서 가까스로 마친 성형수술. 사정을 아는 친구들이 배를 잡고 웃는다. “거봐라. 병원비까지 깎는 애가 어딨니? 그러니 의사가 수술을 하다 말았지. 수술 하나 안하나 똑 같잖아….”
서른여섯의 혼자 사는 여자 김여경씨. 그의 자전적 에세이 ‘나는 하고 싶은 일로 성공한다’ (사람과사람 펴냄).
글은, 그가 살아온 지난 날들 만큼이나 당차고 솔직하고 ‘튄다’. 그래픽을 전공하다 일본에 건너가 스타일리스트로 변신한지 10년. 채시라 최진실 김희선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그의 코디를 거쳤다.
그는 이제야 세상의 모든 것들 중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듯,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없고, 스타일리스트란 이런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보고 찾아내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루종일 벨이 울리지 않는 전화기 옆을 지킬 때는 무섭도록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한다며 “누군가를 가슴에 품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의 절반을 덜 수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도 독하게 한 마디 ‘쏜다’.
“결혼과 일,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을 때 선택은 하나. 일과 결혼하라….”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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