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년 전, 환경운동을 출범시키는 데 기여한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이라는 책에서 우리의 운명은 동물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썼다. 동물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무엇이든 인간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지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인류가 만든 독성 화학물질 중 가장 최악의 오염물질은 다이옥신이다. 주로 쓰레기를 태운 재에서 생성되는 다이옥신의 잔류들은 20세기 이후 우리가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낸 플라스틱이나, 캔이나 랩 같은 일회용기, 병마개, 유아용 장난감에서도 발견된다.
인간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그런 화학물질들의 공격을 받아왔다. 아기들은 어머니의 임신과 수유를 통해 이 화학물질들을 자연스럽게 섭취하게 된다. 모유를 수유하는 행위가 어머니의 체내에 남아 있는 화학물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은 슬픈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불행한 일들은 벌써 오래전부터 서서히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두 세대 동안 인간의 평균 정자수는 거의 50%나 감소했다고 한다. 젊은 사람일수록 정자수가 더 적고 출생연도와 정자수가 역으로 비례한다는 사실은 그 원인이 이미 자궁 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불임클리닉이 성시를 이루고 무정자증인 남성과 자궁내막증에 걸린 여성들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어쩌면 인간은 백년 뒤쯤, 자손을 낳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호르몬은 그리스어의 ‘불러일으키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환경호르몬들은 인간의 호르몬 기능을 저해하고 면역계를 억제하는 등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만한 거대한 힘을 갖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제는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때이다. 세상의 모든 아기들은 화학물질이 없는 땅에서 태어날 권리가 있다.
당신의 정자도 안심할 수 없다. ‘안전하고 오염되지 않은 곳은 어디에도 없다’. 대체 누가 우리의 미래를 훔쳐가고 있는가.
조경란(소설가)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