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동포,조국 온정에 새삶찾아…서초구민 수술비 모금

  • 입력 1998년 7월 9일 19시 34분


서초구민의 ‘온정’과 경희의료원의 ‘인술(仁術)’이 사할린에 사는 우리 교민에게 새삶을 안겨주게 됐다.

서초구는 “대퇴부 관절이 썩어들어가는 ‘무혈성 괴사증세’를 보이고 있는 재러시아 교민 이용경(李容慶·47)씨가 8일 한국에 도착, 경희의료원에서 수술을 받게 됐다”고 9일 밝혔다.

일제시대였던 42년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간 부친에게서 태어난 이씨가 이같은 질환을 앓게된 것은 4년전. 무거운 감자자루를 들다가 대퇴부에 강한 통증을 느끼고 주저앉았던 것이 이제는 서있기조차 힘든 상태가 됐다.

졸지에 장애인 신세가 된 이씨는 국가에서 나오는 장애인수당 80달러와 부인이 유치원 수위로 일하며 벌어들이는 70달러로 근근이 살림을 꾸려나가는 신세가 됐다.

그러던 중 이씨는 지난해 6월 사할린을 찾은 경희대의료원 무료봉사단을 찾아가 진료를 받았다.

수술장비를 가지고 가지 않아 약물치료 등 간단한 응급처치만 해준 유명철(兪明哲·정형외과)교수는 “제발 새생명을 달라”는 이씨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온 유교수는 지난 4월 서초구로 의료봉사를 나갔다가 조남호(趙南浩)서초구청장을 만나 이씨의 사연을 얘기했고 조구청장은 즉각 이씨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구청장은 구민들에게 이씨의 딱한 사연을 알려 모금에 나서 3개월여만에 1천5백만원의 수술비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도착 즉시 경희의료원에 입원, 간단한 진단을 받고 수술준비를 마친 이씨는 “단 한번도 발을 디뎌보지 못한 아버지 나라의 도움으로 새 생명을 찾게 돼 한없이 기쁘다”며 “몸이 건강해져 사할린에 돌아가면 그동안 못한 일까지 열심히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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