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티커」로 나만의「개성」살리기…지갑-명함에 붙여

  • 입력 1998년 7월 12일 20시 45분


L사의 김인권과장(31)은 PCS폰에 요즘 유행하는 즉석 사진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김과장이 붙여놓은 스티커는 사랑하는 아내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키스를 기다리는 모습. 김과장은 험한 세상일 속에 아내가 생각날 때면 여기에 뽀뽀를 하곤 한다.

▼즉석 사진스티커란?〓시내 중심가나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를 걷다보면 울긋불긋한 그림을 그려놓은 스티커자판기가 눈에 띈다. 삼면이 천으로 가려진 자판기 앞에 서서 2천∼3천원 하는 사진을 찍으면 1∼2분 후 다양한 배경화면 위에 찍힌 얼굴스티커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전체 크기는 가로 5㎝ 세로 4㎝ 정도이고 이를 4∼16장으로 나눠 각 장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는 10여대 이상의 스티커자판기를 들여다 놓은 1백50여개 전문점이 성업중. 중고교생과 대학생이 주로 찾았는데 요즘은 가족과 함께 오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컬러가발 선글라스 등의 소품을 이용해 특색있는 사진을 찍거나 연예인과의 합성사진, 문자메시지가 들어간 사진스티커를 만드는 것도 유행이다.

업계에서는 올 한해 동안 스티커자판기에 들어가는 동전과 지폐가 모두 1천1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왜 인기?〓뭐니뭐니해도 즉시 인화해 휴대전화나 지갑, 컴퓨터 등에 붙이는 재미 때문이다. 기분이 좋을 때 한번 찍어서 물건에 붙이거나 주위 사람에게 돌리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친구 연인 부부끼리 장난스런 포즈로 스티커를 만들면 ‘우정이 2배, 사랑도 2배’가 된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얘기. 천 사이에서 진하게 키스하며 찍는 연인도 있다.

또 명함에 얼굴 스티커를 붙이면 남들이 기억하기에 좋다. 얼마전 서울 명동에서 사진스티커를 만든 회사원 김희진씨(28·여)는 “올 여름휴가 때 놀러가서 만날 사람들에게 나눠줄 명함에 붙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인 소지품에 붙여두면 분실의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깜빡해 은행창구에 전자수첩을 두고 나오는데 은행원이 스티커사진을 보고 쫓아나와 돌려주었다는 경험담도 있다.

사진스티커가 인기를 끌고 있는 나라는 아직까지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 점차 중국 싱가폴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의류전문매장 유투존에 스티커자판기를 도입한 삼성물산 김진호주임(30)은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동양적 정서와도 관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

▼파생상품〓사진스티커가 인기를 끌자 수백장의 스티커를 모아놓는 ‘스티커앨범’과 수첩의 종이에 자신의 얼굴을 박아놓는 ‘스티커 다이어리’ 등이 생겨났다. 성능은 좀 떨어지지만 개인이 직접 스티커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티커카메라도 수입돼 5만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휴대전화에 스티커를 붙이는 대신 아예 액정화면 안에 사진을 넣을 수 있는 필름이 개발됐으며 2천원짜리 공중전화카드에 얼굴을 새겨주고 5천원을 받기도 한다. 시계 베개 티셔츠 손수건 버스카드커버 등에 사진을 인쇄하는 사업 역시 덩달아 붐을 일으키고 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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