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화(28·삼성전자 광고팀)
저는 술마시는 것을 즐기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술자리를 갖죠. 대개 12시∼1시 사이에 자리를 끝내지만 어쩌다가 자리가 길어지는 일도 생깁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날이 거의 밝을 때까지.
아내가 기다린다는 것을 알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어 사무실에서는 하지 못하는 진솔한 얘기들이 오갈 때는 자리를 뜰 수가 없습니다. 사무적이 아닌, 끈끈한 동료애가 생기는 게 바로 이 때거든요. 사실 결혼한 뒤로는 선배들이 “자네 이제 그만 들어가 보지, 아주머니가 기다리시잖아”라며 떠미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술자리가 지나치게 잦아 가정생활이 어렵다면 모르겠어요. 하지만 가끔씩 동료와 함께 하는 소중한 자리를 쉽게 포기할 수 없군요. 자리가 길어져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이 있어도 저는 끝까지 남습니다. 물론 피곤하죠. 그러나 좋은 것은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새벽에 집에 와 ‘토끼눈’이 된 아내를 볼 때는 가슴 아프지만 ‘함께 고생한다’ 생각하고 열심히 사는 남편을 너그럽게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귀가시간을 미리 알려주지 못하는 것은 미안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외박’이라뇨? 너무 예민한 게 아닐까요.
▼ 아내생각 ▼
김미정(27·주부·서울 도봉구 창동)
밤 늦게까지 술 마시는 일이 직장생활의 일부라는 것, 물론 인정해요. 회식이다 동창회다, 월급쟁이라면 새벽 1,2시까지 술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죠. 또 부인들도 그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날을 꼬박 새고 새벽5시 넘어서야 남편이 초인종을 누를 때면 ‘이렇게 사는 게 아닌데…’ 싶을 정도로 화가 나요. 결혼생활 1년6개월째, 남편이 ‘아침 일찍’ 귀가한 적은 두 번 있었어요. 두 번 다 새벽3시쯤 “금방 들어갈께”라며 전화해 놓고 5시를 넘겼죠. ‘겨우 두 번인데…’라며 그냥 넘길 수가 없었어요.
혹시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가 강도를 당하지나 않았는지, 길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게 아닌지, 아침신문이 배달될 때쯤 미치기 일보직전이 됐습니다.
또 밤새도록 영업하는 술집이 어떤 곳인지 잘 아시잖아요. 남편은 “단란주점에서 부서사람들끼리 술을 마셨다”고 말하고 저도 그이를 믿지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낯선 여자가 남편 옆에 앉아있는 상상까지 할 때도 있어요. 이쯤되면 외박은 안했어도 ‘정신적 외도’ 아닌가요.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새벽2시 전에는 들어오세요. 꼭 밤새 마셔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