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자신있는 건강미,「세리팩 패션」뜬다!

  • 입력 1998년 7월 15일 19시 45분


《‘박세리 패션’이 뜨고 있다. 일명 ‘세리팩 패션’의 본질은 한마디로 ‘자신있는 토털코디’다. 있는 그대로를 과감하게 드러냄으로써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그의 잇따른 승전보가 전해진 뒤 여성 사이에는 ‘구조적 약점’을 감추기 위해 체형보정속옷을 구입하는 대신 ‘자신감’을 택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 어떤 주부의 핫팬츠

다리가 통통한 주부 김모씨(35·서울 강남구 역삼동). 결혼후 한번도 반바지를 입어보지 못했다. 여름만 되면 입고 싶어 사놓은 반바지만 4벌. 올들어서는 아웃포켓 반바지가 유행한다기에 한벌 사 장롱속에 넣어두고 거울앞에서 혼자 입어 보곤했다. 그러나 번번이 ‘안방패션쇼’로 끝내야 했다. 박세리의 US오픈 우승 장면을 본 뒤 박씨는 과감히 핫팬츠를 입고 거리로 나섰다. 선글라스도 끼고. ‘조선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지레 겁먹었던 것 보다 남들의 시선이 ‘다리’에 꽂히고 있지 않음을 선글라스 너머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세리팩패션’의 본질

▼자연미①〓US오픈 때 18번홀에서 공이 워터해저드 언저리에 떨어져 최대 고비를 맞은 박세리. 신발과 양말까지 벗고 물로 들어갔다. 햇빛에 탄 다리 윗부분과 양말에 가려져 있던 발목 아래의 하얀 부분이 선명하게 대비됐다. 박세리는 언니 박유리씨(26)와의 전화통화에서 “부끄럽지 않더냐”는 질문에 “다음에 어떻게 칠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박세리는 자연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 댓가로 영예와 팬의 ‘사랑’을 얻었다.

아미가호텔 홍보실의 구본경씨(26). “젊은 여자라면 부끄러워 갤러리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기 어렵지요. 박세리는 서슴없이 양말을 벗더라고요. 탄탄함의 미를 자신있게 보여줘 대리만족을 느꼈어요. 자기 일에 충실한 ‘프로’의 모습이 무엇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었지요.”

▼자연미②〓“세리는 눈이 작아 쌍꺼풀수술이나 할까 하고 말한 적도 있죠. 하지만 ‘눈이 크면 바람이 들어가 공이 안보인다’는 아버지의 농담에 함께 웃어버리고 말았어요.”(박유리씨)결국 ‘바람이 안 들어간 탓에’ 그린을 정확히 읽었고 한 라운드 10언더파의 대기록을 세웠다. ‘자연’의 승리?

백인여성골퍼들이 수시로 짓는 ‘만든 웃음’. 박세리는 가끔 미소만 지었다. 살짝 웃을 때의 보조개와 실눈이 매력 포인트. 가공하지 않은 얼굴이기에 돋보였다는 결과적 평가.

▼건강미〓확실히 박세리는 미로의 비너스보다 밀레의 ‘이삭줍는 아낙네’의 건강미를 닮았다. 같은 또래가 다이어트에 몰두할 때 ‘체력강화’에 힘썼던 그. ‘튼실한 다리’ 때문에 투정하기도 했다는 언니의 얘기.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이 다리 아니면 이렇게 계속 골프를 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

▼포기하지 않는 여성다움〓워터해저드 언저리에서의 어려운 샷 순간에도 박세리의 귀에는 귀고리가, 목에는 목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건강미와 자연미가 강조된다고 해서 박세리가 유니섹스나 ‘트랜섹스’류를 추구하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여성스러움을 좆고 있음은 두 액세서리가 잘 보여준다.

박세리는 메이크업을 전공한 언니에게 사사한 메이크업 솜씨가 요즘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특히 눈화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 박유리씨의 얘기. “필드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다양한 선탠화장품을 보내준다. 구릿빛 피부 때문에 립스틱은 갈색이나 베이지 계통의 자연스러운 것을 쓰고 있다.”

㈜태평양 미용과학연구팀 권점숙과장. “세계적인 화장 경향도 ‘내추럴’이다. 박세리의 거의 표나지 않는 화장은 ‘선진적’이라 할 수도 있다. 최고의 아름다움은 건강함이다. 박세리의 건강한 아름다움은 진하고 요란하게만 화장하는 젊은이에게 시사하는 바 있다.”

▼후광효과〓금강기획 스포츠마케팅팀 황정우차장. “스포츠스타가 화려한 플레이를 펼지면 ‘후광효과’가 있다. 팬들은 그의 모습을 평소보다 훨씬 아름답게 느끼게 된다. 광고에서 스포츠스타를 선호하는 이유의 하나다.” 전형적인 한국형외모에 허들과 투포환으로 단련된 탄탄한 몸은 그가 LPGA의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기 전에는 다소 촌스러워 보였던 게 사실.

◇ 체형보정속옷이 사라진다?

아스트라의 박세리 전담디자이너 황승미씨. “‘체형보정속옷’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우선 플레이에 방해가 되니까요.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요?”

신무림제지 기획관리팀 안상철씨(32). “박세리에겐 고탄력스타킹과 체형보정속옷으로 졸라맨 여성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 IMF시대, 냉철한 승부사의 모습을 통해 미래 여성상을 보는 듯하다. 앞으로 우리 여성들이 ‘나이트클럽형 몸매’ 보다는 자신감과 실력에서 우러나는 ‘질적 몸매’로 승부하기를 기대한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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