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때문에 3주째 야근을 계속하고 있는 회계팀의 이과장과 손대리. 여직원들은 설렁탕을 먹여 집에 보내고 둘만 남아 소주 한병을 시켰다. 몸은 피곤하지만 상반기에 이익을 낼 것 같아 야근의 보람을 느꼈다.
“결국 영업부가 열심히 판 덕택이지?” “그럼요! 영업사원들에게 구두 한켤레라도 사주며 전사원이 고마워해야 합니다.” “그런데 손대리 회사는 이익이 났어?” “제게 무슨 회사가 있습니까?” “‘인간 손광수’주식회사 말이야. 이 어려운 때에 승진한 건 상당한 이익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지요….” “퇴근하고 중국어학원에 다녔다면서? 그것도 흑자고.” “초급은 마스터했습니다. 참, 아파트 중도금도 융자로 해결했으니 재산도 불린 셈이네요.” “와이프와는 어떤가?” “말도 마십시오. 결혼 3년인데 아직 애를 못만들었어요.” “허리는 어때?” “내내 앉아만 있었더니 디스크가 도진 것 같아요.” “그래? 그렇다면 당신 ‘주식회사’는 상반기에 이익을 낸 게 아니구만!”
손대리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했다. “그래, 회사는 이익이 났는데 나는 결손이 났구나. 연말 결산 때에는 나도 회사와 함께 큰 이익을 남겨야지….”
김원규(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PSA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