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관家 도예전 명품 지상전시]

  • 입력 1998년 7월 26일 20시 49분


‘상감초화문 술항아리’는 5대 심당길(沈當吉),‘각형주병’은 8대 심당원(沈當圓)의 작품.

5대라면 선조가 일본으로 끌려온 지 1백년이 넘었다. 조선 도공들은 이제 사족(士族)의 예우와 경제적 안정을 보장받으며 작품에만 몰두하게 된다.

그래도 망향의 한은 핏줄을 타고 이어내리는가. 5대의 ‘상감초화문 술항아리’는 마치 조선의 도자기를 보는 듯하다. 상감 기법으로 새긴 난초 문양의 청초함,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여백의 미. 번주가 간절히 원했던 시로(白)사쓰마를 만들었지만 정작 조선의 내음이 진하게 맡아진다. 5대는 이름도 초대의 것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각형주병’ 역시 조선 백자의 단순미와 자연미를 담고 있다. 아무런 장식이 없고 흙 자체의 빛깔을 살렸다. 다만 색깔은 화산재가 많은 사쓰마지방의 흙성분 때문에 조선 도자기처럼 푸른 빛이 감도는 백색이 아니라 누런 백색이다. ‘상감초화문 술항아리’도 마찬가지.

8대 심당원은 기예와 실험 정신이 뛰어났던 장인(匠人)이다. ‘각형주병’은 겉모양새부터 희귀한 형태. 기법도 판을 대고 모양을 빚는 판성형(板成形)으로 정확한 각맞춤에서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다. 심당원은 일생동안 정교한 조각 형태의 작품 등 걸작을 내놓으며 심수관가 도예의 분수령을 이룬다.

전시는 휴관일없이 8월16일까지 일민미술관(동아일보 광화문사옥). 월∼토 오전10시∼오후7시, 일 오전11시∼오후5시. 02―721―7772,7776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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