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편으로 왠지 개운치는 않았다. 먹고 살만 할 때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도 장사가 안돼 우산 수선공이 보이지 않더니 이제 좀 정신을 차린 것인가.여하튼 마침 장마철이라 그랬는지 사람들이 몰렸고 노부부는 며칠째 계속 얼굴을 나타냈다.
노부부를 바라보면서 중학생 딸 아이가 종종 이야기하는 물상 선생님을 떠올렸다. 공부도 잘 가르치고 인격도 훌륭하다는 그 선생님은 아이들이 교실에 버리고 간 우산들을 찾아가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좀 망가진 우산의 임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선생님께선 버려진 우산들을 집으로 가져가 고쳐서 사용하고 계신다고 한다. 우산을 가져갈 때 비웃는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불과 1년전의 일이다. 나라 경기가 좋을 때였다. ‘제 눈 제가 찔렀다’는 말이 있다. 좀 여유가 있다고 해서 그렇게 흥청거리며 살아온 우리가 결국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비올 때를 대비하지 않은 결과다.
김경학(서울 강서구 방화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