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된 도로가 아직 복구되지 않아 접근조차 어려운 곳이 많지만 유족들은 주말인 8일과 9일 수십리를 걸어 현장에 도착, 흔적도 없이 사라진 묘자리를 보고는 넋을 놓았다.
▼ 피해복구 현황 ▼
이번 폭우로 6만여기 중 1천8백여기의 묘지가 파손 또는 유실된 경기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와 고양시 벽제동 시립묘지에는 1백여명의 복구반이 투입됐으나 아직까지는 묘지상태를 확인하는데 그치고 있다. 본격적인 시신수습 작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형편.
3천여기가 유실된 파주와 고양일대의 사설공원묘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아직 정확한 유실상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립장묘사업소측은 9일 현재 71구의 시신을 수습, 임시로 안치해 놓았다고 밝혔다.
장묘사업소 관계자는 “10일 오후부터나 유실여부를 유족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시신수습 ▼
유실된 묘의 실태가 파악된다 하더라도 시신을 수습해 유족들에게 인도하기 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묘사업소측은 유실된 묘의 시신을 확인해 유족에게 찾아주기까지는 적어도 3개월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장묘사업소는 일단 유족의 동의를 얻어 유실된 묘지근처에서 발굴작업을 벌인 뒤 시신이나 유골이 발견되면 시신확인 절차를 거쳐 유족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워낙 많은 묘지가 유실돼 시신확인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밀감식 및 이전비용 등을 요구하는 유족과 개별묘지의 관리의무를 인정하지 않는 서울시측이 책임소재나 보상문제 등을 놓고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90년 폭우로 유실된 경기 용인시 천주교공원묘지의 시신확인작업에 참가했던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한승호(韓勝皓)교수는 “유전자감식법 등은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사실상 사용하기 힘들 것”이라며 “장묘사업소측이 발굴된 시신과 유골의 신체적 특징을 정확히 기록한뒤 게시하면 이를 유족이 확인해 찾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장묘사업소측은 시신확인이 이루어진 후 유족들이 동의하면 화장 및 납골당 안치를 무료로 대행해줄 예정이다.시립납골당에 안치할 경우 보증금없이 관리비는 15년에 1만5천원. 화장 및 납골절차문의 02―356―9069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