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잠깐만]육현경/심수관家도예전,아이와 함께 감동

  • 입력 1998년 8월 12일 19시 37분


아이들을 데리고 심수관家 도예전에 갔다. 설렘도 함께 갔다.

항아리 만한 화병을 만났다. 아이들은 꽃병이 왜 이리 크냐고 묻는다. 작은 아이는 “큰 꽃을 꽂으려고 그러지”한다. 화병의 피부엔 균열이 보였다.

정말 흙으로 만들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관세음보살좌상들. 살아서 팔을 들어올릴 듯한 소맷자락, 도포자락에서 풍기는 은은한 미소에 나도 눈을 감는다. 아이들은 전시관을 이미 한바퀴 돌고 보살상 앞에서 떠나지 못하는 내게로 왔다. 큰 아이는 “유심히 보아두었다가 집에 가서 만들어 보세요”한다. 나는 후후 웃고 말았다. 고독의 절정이 빚어낸 저 빛과 형상을?

돌아서서 2층 전시실로 가려는데 누런 빛의 그릇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히바카리 다완. 불만 빌린 그릇. 초대 심당길 작. 눈부심을 삭이는 이 빛은 예서 전시된 모든 자기의 모태(母胎)빛. 나는 중얼거렸다. “아, 이 그릇이 씨앗이구나.”

사쓰마는 생활자기에서 귀족적 운치를 풍기는 자기로 절정을 더해갔다. 흙과 물과 불과 도혼(陶魂)이 빚어낸 보석들.

모태의 누런 빛과 황홀한 빛을 뒤로 하고 전시장에서 나왔다. 흙과 인간의 사연들을 생각하며.

육현경(시인·경기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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