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 좌표」주제]美석학 헌팅턴 초청대담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세계적인 석학이자 ‘문명의 충돌’저자인 미국의 사뮤엘 헌팅턴 박사와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프레드 버그스텐 박사. 그들이 진단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와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정부수립 50주년을 기념해 MBC가 마련한 특별대담 ‘21세기 한국의 좌표’를 지상 중계한다. 대담엔 최광수(崔侊洙) 전외무장관. 헌팅턴과의 대담은 15일 오전8시10분부터, 버그스텐과의 대담은 17일 0시20분부터 각각 50분씩 MBC TV로 방영된다.》

최광수〓대한민국 정부수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 대담에 응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현재 한국이 처해있는 현실과 21세기에 대해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헌팅턴〓21세기는 현재에 비해 퇴조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동아시아와 한국의 앞날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과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금융의 위기’입니다.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던 근본 요인들에 문제가 생겼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처럼 매년 10% 내외로 성장하지는 못하겠지만 21세기에도 실질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입니다.

최광수〓교수께서는 ‘문명의 충돌’이라는 저서에서 서구적 가치관과 동양적 가치관의 충돌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하나가 된 지구촌 경제상황에서 두 가치관은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헌팅턴〓먼저 아시아의 가치관과 서구의 가치관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아시아의 근검절약 정신, 교육열, 협동정신 같은 가치관이 경제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가치관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대인관계와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가치관 때문에 경제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은행에는 부실채권이 쌓였습니다. 과거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아시아의 가치관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 오늘에 이르러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광수〓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헌팅턴〓우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사회보장이 시급합니다. 특정 산업분야의 공장들이 파산했을 경우 그 분야에 투자됐던 자본이나 근로자들이 다른 유망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 경제의 긍정적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노동과 자본시장의 유연성입니다. 한국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사회보장과 노동 자본시장의 유연성, 이 두가지에 가장 힘써야 할 것입니다.

최광수〓지금 한국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해외 자본 유치입니다. 외국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헌팅턴〓해외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안정입니다. 그리고 엄격한 법 적용, 신뢰감 있고 장기적인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광수〓김정일이 권력을 잡은 이후 북한측의 대 한국정책에 변화가 있다고 보십니까.

헌팅턴〓틀림없이 변화의 조짐은 있습니다. 북한이 어려운 내부 사정으로 인해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것 자체가 변화라고 보아야 합니다.

최광수〓북한의 그러한 변화에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헌팅턴〓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은 올바른 출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주영현대명예회장의 소떼 지원과 같은 민간차원의 교류도 남북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중국과는 핑퐁외교로, 이란과는 월드컵 축구를 계기로 관계개선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최광수〓21세기 한국의 모습이 어떨지 전망해주신다면….

헌팅턴〓한국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과거 50년을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60년대의 한국과 아프리카의 가나는 1인당 GNP, 전체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 수출규모 등에서 완전히 닮은 꼴이었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후 한국은 경제 선진국이 됐습니다만 가나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또 어떤 기록을 만들어낼지 궁금합니다.

〈정리〓이광표·전승훈기자〉kplee@donga.com

▼ 사뮤엘 헌팅턴(71) 약력 ▼

△미국 예일대졸 하버드대 정치학박사 △하버드대 부설 국제연구학회회장 △미 대통령자문 국제관계위원회위원장 △런던 국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현재 하버드대교수, 올린전략연구소장 △저서 ‘문명 충돌과 세계질서의 재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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