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을 소홀히 하고 있는 우리에게 뼈아픈 고언을 던지는 14대 심수관(沈壽官)씨. 그는 고국의 관심과 애정에 감사를 표하면서 한국 도자의 발전을 위해 애정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 말들을 모아 본다.
▼4백여년 전 일본이 도자기를 직접 만들 수 없을 때도 일본 지식인들은 조선 중국을 오가며 도자기를 보고 도자기를 생각했다. 지식인들의 관심과 애정이 일본도자기발전의힘이되었다.
한국의 도자기는 시대마다 그에 맞는 색을 탄생시켰다. 고려시대엔 불교를 배경으로 청자색을 만들었고 조선시대엔 유교를 배경으로 백자색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시대 한국 도자기의 색은 어디 있는가. 민주주의의 시대, 한국의 색은 무엇인가. 없다. 이는 한국 지식인들의 잘못이다. 도공 탓으로만 돌려선 안된다.(8월16일 폐막만찬에서)
▼한국엔 몇대를 이어가는 도예 가문이 드물다. 나의 가문인 청송 심씨 종친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한 집안 어른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안은 양반 가문인데 너는 일본에서 기껏 도자기를 굽느냐. 한두해도 아니고 4백년 동안이나.” 어쩔 줄 몰랐다. 한 직업을 14대나 이어왔다면 서양에서는 작위를 받을 만한 일인데….(7월7일 한 대담에서)
〈정리〓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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