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보현(29·주부·서울 동부이촌동)
친정식구들은 워낙 개를 좋아해요. 외동딸인 저는 태어나서부터 줄곧 강아지와 함께 컸죠. 영진씨도 강아지를 좋아해서 96년 6월 결혼한 뒤 신혼집에서도 중국산 시쭈종인 암컷 ‘보람이’를 분양받아 키웠어요.
아기가 생기기 전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어요. 지난해 12월 딸 승연이를 낳으면서 보람이가 문제가 됐죠. 시부모님이 강아지를 키우는 걸 몹시 반대하셨거든요.
털도 날리고 기생충 문제도 있어서 승연이한테 좋지 않다는 이유였지요. 영진씨도 부모님의 의견을 웬만하면 따르자는 쪽이었어요. 결국 정든 ‘보람이’를 친정집에 보내게 됐어요.
우선 승연이가 태어난지 8개월이 지나 예방접종이 대부분 끝났고 보행기를 타고 조금씩 걷는 시늉을 해요. 승연이가 저처럼 어릴 때부터 동물과 친숙해졌으면 좋겠어요. 산부인과 의사와도 상의해 봤는데 개의 털을 짧게 깎아주고 자주 목욕을 시키면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애가 있어도 강아지를 키우는 집이 많다는 거죠. 또 둘째 아이를 아직 가질 생각이 없는만큼 홀로 자라는 승연이의 정서함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쯤 보람이를 데려오면 어떨까요.
▼ 남편생각 ▼
송영진(32·그랜드하얏트호텔 판촉부계장)
호텔의 프론트데스크에서 근무하다가 같은 호텔 예약과 직원이던 아내와 직원식당에서 마주앉은 게 인연이 돼 결혼했습니다. 2년 가까운 연애시절 아내가 강아지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결혼 후 퇴근해 돌아오면 발밑을 감도는 ‘보람이’를 저도 무척 아끼게 됐고요.
딸 승연이가 생긴 뒤 개 키우는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주변 사람들이 강아지가 아기 건강에 좋지 않다고 조언했죠. 특히 부모님이 염려하셨어요. 귀여운 손녀에게 알레르기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셨죠.
아내는 강아지를 워낙 오래 키워서 개에 관한 한 거의 ‘수의사’ 수준입니다. 1주일에 두세번 목욕을 시키고 자주 기생충약을 먹여 아기 건강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는 동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주변 어른께 걱정을 끼치면서까지 강아지를 키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한 뒤 직장을 그만두고 종일 집안에 있는 보현이에게, 또 커가는 승연이에게 보람이가 좋은 친구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이제 강아지까지 돌보는 것이 아내에게 너무 힘겹지 않나 염려가 되네요. 2, 3년 뒤 승연이가 좀 더 크면 보람이를 데려오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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