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잠깐만]장석신/수재보다 더 슬픈 이웃인정

  • 입력 1998년 8월 20일 19시 37분


얼마전 후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형, 시간 있어? 방에 물이 차서 장롱을 옮겨야 하는데 좀 도와줘야겠어.”

후배가 사는 동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악취가 나고 가재도구가 물에 잠긴채 나뒹구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양수기로 물을 빼내고 흙더미를 끌어냈다. 가재도구를 하나하나 닦은 뒤 도배 아저씨를 불렀다. “그래도 이 집은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일이 빠르군요. 여러군데 도배하러 가보았는데 바로 옆집이 물에 잠겼는데 쳐다보지 않는 집들도 많아요.” 순간 행락객 차량으로 수해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아저씨 말씀은 허풍이 아니었다. 동생집은 옆집보다 지대가 낮아 동생집만 물에 잠기고 다행히 옆 집은 잠기지 않았는데 여기저기 가재도구를 내놓고 치우기에 바쁜 우리에게 옆집 아주머니가 하신다는 말씀. “아저씨 이것좀 치워주세요. 문 여는데 걸려요.”

후배는 폭우가 연일 퍼붓기에 집주인에게 양수기라도 구해달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반응이 없었고 3일 동안 전화를 걸어서야 양수기를 들고 왔다고 한다. 성금도 좋지만 수해로 찢긴 마음을 어루만질 따뜻한 마음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장석신(서울 성동구 성수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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