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계」?]은행이용 뜸한 시점 목돈마련 수단

  • 입력 1998년 8월 23일 20시 31분


지금은 잊혀져가는 전통적인 계. 그 ‘재테크 계’의 메카니즘.

▼계원 모집〓동료나 친구끼리 결의. 적은 부담으로 큰 돈을 만지기에는 10∼20명이 적당.

▼순번 배정〓10명이 열달간 1백만원짜리 계를 한다고 가정. 최고금리를 10%로 잡자. 월 10만원씩 내면 매달 1백만원을 만들 수 있으나 먼저 타는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에 순번에 따라 불입금이 다르게 한다.

▼월 불입금〓1번은 10%의 이자를 포함해 11만원, 10번은 그만큼의 이자를 뺀 9만원으로 책정하고 중간번호도 적당히 조정해 총액이 월 1백만원이 되도록 한다.

▼계주는 1번〓1번은 비상연락망을 운영하고 보증인 역할을 하는 계주(契主). 계원이 돈을 못내면 개인 돈으로 충당.혜택만큼 책임이. 계주가 돈을 탄뒤 ‘튀어’버려 계원이 가정파탄까지 간 경우도 많고 계주가 피해를 본 경우도 많다.

▼곗돈 타는 달은 면제〓수혜자는 그달치 불입금 면제. 그 계원의 불입금은 각자 금리에 따라 나머지 9명이 분담.당사자는 이날 식사대접.

▼왜 이익인가?〓1번은 총 1백10만원을 내지만 싼 이자로 돈을 당겨 쓸 수 있고 10번은 90만원으로 1백만원을 만들 수 있다. 본전치기인 중간번호도 5∼6개월 앞당겨 목돈을 쥘 수 있다. 가장 큰 매력은 무담보.

▼내부거래〓8번이 5달째에 돈이 필요할 경우 5번과 협상해 차액을 지불하고 순번을 바꾸기도. 개인 사정으로 불입금을 못 낼 때는 다른 계원을 내세우고 본인은 보증인으로 변신. 급전이 필요한 뒷 순번이 앞순번의 곗돈을 꿔 그 사람의 불입금을 이자조로 대신 내고 계가 끝난 뒤 상환하기도.

▼‘계정신이 필요하다’〓58년 결혼당시 혼수를 계로 장만했다는 김모씨(65·여·서울 서교동). “은행문턱이 높고 신의가 두터워 계로 재테크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요즘은 우리 연배도 먹자계 정도 밖에 안한다. 세상이 변했지만 계가 될 정도의 신용을 갖춘다면 IMF는 금방 물러가지 않겠느냐.”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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