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 대해 ‘춤추는’ 역사의 평가를 보라. 사건의 당사자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있고 역사의 지평은 시대의 파도가 넘실댈 때마다 격렬하게 요동친다.
우리 시대의 역사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달리는 말 위에서 나는 새를 쏘는 것일지도 모른다.그럼에도 우리의 현대사를 한 두름에 꿰고자하는 욕구는 강렬하다.
들녁에서 펴낸 ‘대한민국50년사’(전2권).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들녁이 ‘∼고려왕조실록’ ‘∼삼국왕조실록’에 이어, 그 시리즈의 완결지점에서 현대사에 손을 댔다. 대중 역사서의 새 장을 연 ‘한권으로 읽는 ∼왕조실록’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더불어 90년대 인문출판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화제작.
현대정치사회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저자 임영태씨. 그는 격랑의 해방정국에서 남북분단, 한국전쟁, 그리고 IMF 국난에 이르는 50년사를 마치 다큐멘터리 필름을 돌리듯,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역사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통사로 씌여지는 해방 50년사는 어떤 모습일까. ‘박정희시대의 실력자들’을 보자.
김종필 김용순 김재춘 김형욱 김계원 이후락 신직수 김재규에 이르는 8대 중앙정보부 부장들. 이가운데 김종필, ‘남산 돈까스’ 김형욱, ‘제갈조조(諸葛曹操)’ 이후락이 위세를 떨쳤다. …이후락은 73년12월 해임되자 극비의 정보문서들을 챙겨 해외로 도주했다.
그는 해외에서 박정희와 사후보장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였다. …동아일보 김충식기자는 ‘남산의 부장들’이란 책에서 이후락을 이승만―장면―박정희 3대 정권을 능공허도(能空虛道)의 축지법으로 훨훨 넘나드는 타고난 ‘정보맨’이라고 평가했다….
저자는 현대사의 물음표에 대해서도 과감히 메스를 들이댄다. ‘야수와 같은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던 김재규. 그는 혁명가인가 패륜아인가.
10·26 거사는 기본적으로 박정희에 대한 충성경쟁에서 비롯됐다. …김재규와 차지철의 권력암투는 당시 소요사태를 둘러싸고 강온파의 갈등으로 번져갔다. …어째튼, 강경진압을 반대했던 김재규의 우려는 80년 광주에서 적중했다….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서로 쉽고 재미있게 씌어진 책.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시대의 정서와 삶의 얼개를 짚어주는 풍부한 사람 이야기에 있다. 여운형에서 이인제, 김정구에서 서태지, 윤일봉에서 한석규에 이르는 수많은 인물들의 명멸과정과 현재까지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시대별로, 또 변화의 물결이 일 때마다 그 시기의 또 다른 얼굴인 베스트셀러와 히트곡, 사건 사고를 기억의 저편에서 끄집어내 보여준다.
저자의 말.
50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세대간의 불화’ ‘지역간의 불화’ ‘계층간의 불화’를 원죄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했다. 이 책은 이들 평범한 인간들의 삶과 역사를 하나로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임영태 지음)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