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퇴마록」주연 추상미 『평범한 역도 해보고 싶다』

  • 입력 1998년 8월 27일 18시 54분


추상미(26)는 요즘 행복하다.

비운의 여인 승희로 열연한 영화 ‘퇴마록’이 개봉 열흘만에 서울관객 30만이라는, 한국영화사상 최단기간 최고 관객동원을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돌하게도 ‘퇴마록’을 “내 영화”라고 부를만큼,오랫동안 꿈꿔왔던 영화와 비로소 제대로 만나 온전히 겪어냈다는 느낌에 푹 젖어있다.

‘퇴마록’은 그의 세번째 영화. ‘꽃잎’에서는 출연했는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였고 조연을 맡았던 ‘접속’은 얼굴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였지만 그에겐 상처로 남은 경험이었다.

“그때…어딘지 모르게 내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 간절히 바라던 일의 복판에 서게 됐지만 정작 섞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때문에 많이 슬펐어요.”

그래서 ‘퇴마록’에서는 아예 작정하고 덤벼들었다. 촬영이 있건 없건 현장에 꼬박꼬박 나갔다. 스탭들의 희노애락을 다 알진 못해도 옆에서라도 있고 싶었다. 그에게는 처음으로 한국영화 제작시스템과 배우의 입지, 돈과 작품의 긴장관계 등 여러 문제를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했다.

기울인 정성만큼 깊어진 애정때문일까. 그는 퇴마록의 내러티브가 엉성하다는 비판에 “어느 정도는 수긍하지만 제작과정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만큼 나와준 것만도 고맙다”고 한다.

홍익대 불문과 4학년때인 94년 연극 ‘로리타’로 데뷔,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지 5년이 됐지만 아직도 ‘추송웅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닌다.

“한동안은 ‘누구 딸’로 주목받는 것이 피곤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몰라요. 아버지를 기억해주는 20대를 만나면 반갑죠.”

강렬한 눈빛, 묘한 카리스마와 야누스적인 이미지로 연극 영화 TV를 누비고 있는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분야는 영화다.

“이미지에 편승하는 특이한 캐릭터말고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에 안주하는 연기자는 절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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