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 저작권?]作者 확실할땐 보호…집단공유 바람직

  • 입력 1998년 8월 27일 19시 22분


사오정의 저작권자는 누구? 우스개는 수많은 입을 거쳐 ‘집단창작’되는 경우가 대부분. 따라서 ‘저작권’의 소재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PC통신과 인터넷이 우스개의 주요 전파수단이 되고 구전(口傳)에 의존하던 유머가 ‘텍스트’화하면서 ‘저작권논란’이 심심찮게 일고 있다.

‘뚱보와 글래머의 차이점’ 등 유머시리즈를 하이텔 유머란에 올리고 있는 김은태씨(35·bennet). “요즘 방송 잡지 광고 스포츠신문에서 PC통신상의 ‘유머작품’을 작가의 동의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무단전재하거나 발췌해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초에는 모 스포츠신문에 칼럼을 쓰던 한 유머작가가 PC통신에 올려진 아마추어 작가의 군대시절 이야기를 ‘퍼서’ 자신의 작품인양 사용하다가 항의를 받고 해당란은 폐지됐다. 한 일간지의 연재만화는 PC통신 우스개를 빈번히 소재로 쓰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아 네티즌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PC통신에서는 남의 글일 경우 ‘퍼옴’ ‘펌’ ‘삽질’ 등의 표현을 써 원작자의 창작성을 존중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반대주장도 만만찮다. SBS TV의 시트콤 ‘LA아리랑’의 작가인 최성호씨. “유머의 원작자를 역추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PC통신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유하자는 것 아닌가. ‘유머’는 다른 창작물과 달리 인구에 회자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고 받아친다.유머 모음집을 여러권 낸 경희대 서정범교수(국문과)도 “유머를 사용할 때마다 원작자를 밝히거나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면 세상은 유머조차 사라진 각박한 곳이 될 것”이라는 입장.

그러나 우스개의 저작권도 인정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채명기 연구원은 “‘사오정 시리즈’처럼 떠도는 짤막한 이야기를 ‘채록’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지만 원작자가 확실하고 ‘독창성있는 창작물’일 경우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고 설명.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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