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은 주는데 물가는 오르고, 쇼핑가는 횟수도 줄었어. IMF체제 전까지만 해도 일 주일에 두 번정도는 함께 시장이나 백화점을 갔었잖아.”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사는 주부 성미경씨(38). 같은 아파트 주부 2명과 자가용을 몰고 수색로를 달려 도착한 곳은 경기 일산의 대형할인점 마크로. 성씨는 예전에는 자주 집부근에서 쇼핑했으나 요즘에는 드라이브와 쇼핑을 겸해 보름에 한 번꼴로 이곳을 찾는다. “수다를 떨며 차창 밖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보내고 생필품들을 한아름 싣고 오면 뿌듯하죠.”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이지원씨(35).“멀지만 오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고 주차도 편해 할인점을 자주 찾아요. 친구들과 근처 음식점에서 점심도 먹고….” 자유로가 드라이브코스로 제격인데다 주위에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아 하루 외출코스로는 그만.
서울주부들이 신도시로 ‘원정쇼핑’에 나서고 있다. 쇼핑장소는 지리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중동과 분당, 일산. 이곳 대형할인점 주차장에는 과거 서울차량이 30%정도였으나 대형할인점들의 가격내리기경쟁이 치열한 요즘에는 50%에 육박한다는 게 한 할인점 주차관리원의 얘기.
낮엔 친구끼리 온 전업주부가 많고 저녁엔 맞벌이 주부가 몰린다. 주말엔 맞벌이 부부가 데이트를 겸해 차를 몰고 와 일주일간 쓸 물건을 한꺼번에 사간다. 마크로 분당점은 한성골프장 근처에 있어 부부골퍼가 골프를 한 뒤 자주 들리는 곳.
삼성경제연구소 엄선희연구원은 “주부들이 대형할인점에 삼삼오오 함께 다니는 현상은 묶음으로 사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일단 사서 나누는 구매패턴이 자리잡아가는 과정”으로 분석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