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취재팀이 30일 단독입수한 20쪽 분량의 소형수첩 복사본에는 김씨가 80년대 중반부터 93년경까지 접촉했던 3백93명의 학생이름과 전화번호가 기록돼 있다.
또 김씨에게 학생을 소개해준 서울 여의도 서문여 환일 현대 단대부고 등 49개교 교사 1백83명과 학교명이 적혀있어 김씨가 고액과외 사기를 저지르는 과정에 일선교사들이 개입한 것이 드러났다.김씨와 같이 학원을 운영했던 L씨와, 김씨에게 학원 명의를 빌려준 또다른 L씨는 본사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이중에는 현직 야당 국회의원(당시 대기업이사) L씨와 검찰 고위간부 고위 판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상당수 있었다”고 폭로하고 “평소 김씨는 사기에 걸려든 학부모로부터 학생 한명에 1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까지 받았다”고 말해 이들의 고액과외 사실을 뒷받침했다.
89년 김씨에게 과외비로 3천9백만원을 지불한 김모씨(48·여)도 “89년 김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S학원’을 할 때 판사 딸을 비롯한 상류층 자녀 20여명이 수강했으며 한사람당 평균 3천만∼7천만원씩 주었다”고 밝혔다.
학원관계자가 지목한 L의원의 부인 J씨는 이에 대해 “10년전쯤 주위에서 학생들을 잘 다룬다고 소문이 난 ‘선생’들을 초빙해 집에서 한두달가량 영어 개인교습을 시킨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당시의 교사 이름과 지불 액수 등은 기억나지 않으며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학원 원장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30일 현재 수사대상 학부모 75명중 40명, 현직교사 1백40명 가운데 30명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여 이 가운데 교사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일부 학부모들이 소환조사에 불응하자 경찰을 피해학생의 학부모집으로 보내 출장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또 검찰의 재수사지휘로 풀려난 뒤 잠적한 김씨 등 2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으며 교사들이 학생들의 가정환경조사서 등을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