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초반까지 교통경찰관으로 재직했던 김씨는 금품수수문제로 옷을 벗은뒤 여의도의 유명영어강사 K씨가 만든 교재테이프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이때 ‘황금알을 낳는 고액 과외의 실상’를 접하게 되었고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라면 ‘재산을 포함해 모든 것을 바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는데 착안, 85년경부터 ‘사이비 고액과외’를 시작했다.
김씨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강남 8학군의 교사 포섭. 술집에서 향응을 제공하며 교통비조로 ‘봉투’를 건네거나 ‘노름판 뒷돈 대주기’ 등 ‘고전적 수법’에다 가족이 수술을 받게돼 급전이 필요해진 교사에게 돈을 들고 찾아가 위로하는 ‘인간미’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축적한 교사명단은 서울지역 50여개교 3백50여명이 넘었다.
김씨의 학부모 상담은 ‘한편의 잘짜여진 연극’이었다는게 피해 학부모들의 증언. 성적이 나빠 고민하는 딸을 데리고 주부가 찾아가면 그는 간단한 수학공식을 가르쳐준 뒤 이를 대입시켜 문제를 풀게 한다. 학생이 문제를 풀면 곧이어 김씨의 칭찬이 이어진다.
“어떻게 관리를 했기에 이렇게 똑똑한 학생이 성적이 나빠졌느냐”는 김씨의 질타에 감격한 ‘어머니’가 눈물까지 흘린 경우도 있었다.
이와 함께 유명강사가 가르쳐 준다고 약속하고 개별적으로 간이침대까지 비치된 작은 방을 마련해준다. 게다가 조교를 한명 배치, 시간별 학습 프로그램을 짜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공언한다.
그리곤 엄청난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리 파악해둔 학부모의 재산수준을 감안해 놀랄만한 액수를 부른다.
그러나 이같은 교습은 보통 일주일을 넘지 못했다. 학생이나 학부모나 사기당한 것을 알게 되지만 돈은 되돌려 주지 않고 영수증도 없는 거래이다보니 학부모는 가슴앓이만 할 뿐이다.
전직 세무공무원 이모씨도 단번에 8천만원을 건넨 뒤 돈을 돌려받으려 했으나 6백만원밖에 받지 못하고 김씨를 고소해 이번에 사건이 표면화됐다.
피해자들은 사기에 놀아난데다 신분이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해 고발도 못한다는 얘기.
학부모들이 ‘사기성’을 눈치채고 말썽이 이는 바람에 논현동 여의도 옥수동과 방배동 등을 7차례나 전전한 뒤 지난해 4월 이번 고액과외사건이 불거진 청담동으로 옮겼다. 이과정에서 두차례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으나 합의를 보고 풀려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때문에 ‘청담동 시대’에는 ‘대리인’을 내세워 ‘사기 영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압수한 수첩 3권과 금전출납부 1권에서 고액과외 학생과 교사들의 명단 3백50명을 확보했으나 시일이 오래된데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과외를 받은 사실을 부인,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이헌진·선대인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