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교사」로 틈새취업 『노크』…매달 3천여명 채용

  • 입력 1998년 8월 31일 19시 24분


사상 유례없는 구직난으로 대학 졸업생들이 지원해볼만한 직장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대기업들을 통틀어 하반기 공채에 선발할 신입사원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

그렇다고 취업을 포기한 채 실업자로 놀 순 없는 노릇. 다른 방도는 없을까.요사이 취업희망자들 사이에는 ‘학습지 방문교사’ 직종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대교(눈높이선생) 재능교육(재능스스로선생) 공문교육연구원(구몬선생) 웅진출판(씽크빅선생) 한솔교육 등 학습지 방문교육 업체가 매달 모집하는 대학졸업생은 무려 3천여명. 하반기동안 무려 2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는 셈이다.

방문교사는 배당된 회원이나 스스로 확장한 회원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도와 학습 상담을 해주는 게 주업무. 대학 전공에 있어서도 교육학이나 관련 과목 전공자가 유리하지만 다른 전공자에게도 문은 활짝 열려있다.

방문교사직은 주5일 이하 근무에 본인 주거지나 희망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게 장점. 회원들과 시간을 약속해 방문하면 되므로 교사 스스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또 교사 능력이 닿는 만큼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 존경받을 수 있어 보람도 큰 편이다.

그러나 방문교사직에도 취약점은 많다. 일단 학습지업체에 채용되어도 정식 직원이 아니라 모두 ‘계약직’일 뿐이다. 따라서 퇴직금이나 의료보험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교사중에는 간혹 회사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정식직원으로 발탁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문 편이다. 이때문에 많은 수의 방문교사가 매달 선발되는 만큼 이 직업을 떠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또한 업체마다 관리예치금 과목관리금 등 회원 관리 명목으로 신입교사당 40만∼1백50만원의 보증금을 받고 퇴사시 돌려주고 있다. 초등학생이 주 교육대상인 타 업체와 달리 주로 미취학 아동이 회원인 한솔교육만이 보증금을 받지 않고 있다.

급여 또한 철저하게 성과급. 담당하는 회원수나 과목수에 따라 정확하게 월급이 결정된다. 초봉은 대부분 60만∼1백만원 가량. 일에 이력이 붙어 회원이나 과목수가 늘면 월 평균 1백50만원 안팎의 소득을 올린다. 물론 극소수지만 매달 1천만원씩 버는 고소득자들도 있다.

대낮에 가정을 방문하는 직업인 만큼 교사중 90%가 여자. 남자직원은 수는 적지만 이직율은 낮다는 게 이 분야 업계의 얘기. 최근에는 취업문이 가장 좁아진 20대 대졸 여성들이 이 분야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학습지업계에서는 “비록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교육자의 세계까지 체험할 수 있는 방문교사직에 도전하는 것도 극심한 실업과 취업난을 이기는 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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