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산골마을 아이들」

  • 입력 1998년 8월 31일 19시 24분


오랫동안 강원도 탄광 마을과 경상도 농촌 마을을 지키며 동화를 써온 임길택씨. 작년말 폐암으로 안타깝게 쓰러진 그의 동화집이 새로 선보였다.

‘이야기를 꾸며내는 재주’로 쓰지않고 ‘듣고 겪은 것을 모두 들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쓴 진솔한 이야기들. 어쩌면 우리의 농촌 이야기, 산골 이야기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런 이야기들.

바보스럽게 느껴질만큼 순박하지만 가슴 속 깊이 따뜻한 정을 간직하고 있는 농촌 아저씨(‘정말 바보일까요’). 모내기에 바쁜 엄마 대신 젖먹이 동생을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정아의 농번기’). 하교길엔 손전등을 켜고 다녀야 할만큼 먼 곳에서 다니면서도 항상 들꽃을 한아름 꺾어와 교실에 꽂아놓는 여학생(‘들꽃 아이’)….

우리의 아픈 역사와 어려운 농촌 현실을 절절하게 담아낸 동화도 가슴뭉클하다.

어렵게 얻은 색시가 죽은 후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농촌 청년(‘순이 삼촌’). 전쟁통에 아들과 남편을 잃고 쓸쓸히 살아가는 할머니(‘모퉁이집 할머니’). 동생 셋을 돌보기 위해 학교를 마치자 버스 안내양이 된 제자(‘명자와 버스비’)….

이혜주씨의 투박하면서도 한껏, 정겨움이 느껴지는 일러스트레이션. 판화의 맛을 살린 굵은 먹선의 터치가 산골 마을의 소박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창작과비평사. 6,000원.

<이기우 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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