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꾸며내는 재주’로 쓰지않고 ‘듣고 겪은 것을 모두 들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쓴 진솔한 이야기들. 어쩌면 우리의 농촌 이야기, 산골 이야기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런 이야기들.
바보스럽게 느껴질만큼 순박하지만 가슴 속 깊이 따뜻한 정을 간직하고 있는 농촌 아저씨(‘정말 바보일까요’). 모내기에 바쁜 엄마 대신 젖먹이 동생을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정아의 농번기’). 하교길엔 손전등을 켜고 다녀야 할만큼 먼 곳에서 다니면서도 항상 들꽃을 한아름 꺾어와 교실에 꽂아놓는 여학생(‘들꽃 아이’)….
우리의 아픈 역사와 어려운 농촌 현실을 절절하게 담아낸 동화도 가슴뭉클하다.
어렵게 얻은 색시가 죽은 후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농촌 청년(‘순이 삼촌’). 전쟁통에 아들과 남편을 잃고 쓸쓸히 살아가는 할머니(‘모퉁이집 할머니’). 동생 셋을 돌보기 위해 학교를 마치자 버스 안내양이 된 제자(‘명자와 버스비’)….
이혜주씨의 투박하면서도 한껏, 정겨움이 느껴지는 일러스트레이션. 판화의 맛을 살린 굵은 먹선의 터치가 산골 마을의 소박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창작과비평사. 6,000원.
<이기우 기자>keywo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