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기술’은 현대 사회에서 ‘삶의 기술’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현대의 화려한 문화는 죽음에 관해 아무 말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은 어느때보다도 무참하게 닥쳐온다. 의술도 발달했지만, 병도 그에 못지 않게 복잡해졌다.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범죄 테러 따위로 인간은 그 어느때보다도 얼토당토 않은 죽음의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죽음의 기술’을 가르쳐 준다. 루게릭 병(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앓고 있는 희귀한 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는 사회학 교수 모리 슈워츠가 매주 화요일 옛제자 미치를 만나 나누는 여러 가지 대화가 이 책의 중요한 내용이다. 사랑, 죽음, 나이든다는 것, 결혼, 가족…. 하루하루 쇠약해져 가는 모리의 마지막 ‘강의’를 들으면서 돈벌이와 출세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던 30대 후반의 미치는 조금씩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모든 것은 담담하다. 극적인 과정도 딱딱한 훈화도 없다. 노인은 죽어 가면서 자신이 싸울 수 있을만큼만 죽음과 싸우면서 조용조용 이야기할 뿐이다. 그리고 촛불이 꺼지듯 사라진다.
결국, 이 책은 현대인의 내팽개쳐 버린 ‘영혼’의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인 것이라고. 그리고 사랑하지 않으면 그 내적인 삶을 이해할 수 없다고. ‘멍청하도록 순진한’ 생각? 아마도. 그러나 나는 그 순진하고 멍청한 생각에 찬성이다.
영악하고 세련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다. ‘사랑은 살아있는 방법’이므로. 그리고 ‘사랑은 죽어가는 방법’이기도 하므로. 잘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이 더 어렵다. 현대처럼 랄랄랄 물질에 빠져 있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치 앨봄 지음/세종서적 펴냄
김정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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