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조합에 어리둥절한가. 그러나 이들에게는 함께 뭉쳐야 할 이유가 있다. 첫째 지배적인 문화양식과는 딴 길을 걷는 이단자라는 점, 둘째 텔레비전같은 대중매체에는 초대받기 어렵다는 점, 셋째 그럼에도 자신들이 대중문화의 획일성에 저항하는 ‘문화 게릴라’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는 점….
지금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 가면 한국의 삐딱하고 당당한 문화게릴라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15일까지 대학로 곳곳에서 열리는 ‘독립예술제 98’. ‘언더(under)’혹은 ‘인디(indie·독립)’라는 이름으로 잡초처럼 자생해온 각 분야 문화예술인들이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열린 공간에서 장르를 막론하고 벌이는 합동공연이다.
‘독립예술제 98’에는 영화 음악 연극 무용 미술 만화 사진 퍼포먼스 등 11개 장르 73개 단체가 참여했고 1백26편의 독립영화가 출품됐다. 출품작은 노래 퍼포먼스 중심의 ‘중구난방(衆口難防)’, 독립영화 릴레이 상영회인 ‘암중모색(暗中摸索)’, 무용 연극등의 공연을 모은 무대예술제 ‘이구동성(異口同聲)’, 미술 사진 만화전인 ‘내부공사(內部工事)’로 분류됐다. (표 참조, 인터넷 indiefestival.arumnara.com,하이텔 go indie98, 사무국 02―927―5483)
‘독립예술제 98’의 하루 관람료는 1만원권 한장이면 족하다. 그러나 ‘예술이란 이런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리고 가야한다. 왜일까.
무대예술제 ‘이구동성’의 첫 프로그램 중 무용 ‘독립만세’의 한 장면. 운동복 차림의 두 남녀 무용수가 춤이라기보다는 권태에 지친 몸짓으로 무대위를 뱅뱅 돌다 급기야 “아 심심해”를 반복하며 바닥을 뒹군다. 이들 위로 “백수의 하루, 나는 장판 디자이너…”(황신혜밴드 ‘뒹굴뒹굴’)라는 록가수의 외침이 흐르고….
상식을 깨는 황당함으로 “예술이 뭐지?”를 되묻게하는 연희(演戱), 장르의 벽을 허무는 몸섞기의 시도. 기발하고 진지한 실험을 통해 ‘인디’들이 ‘닫힌 기성문화’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말문을)트자! (무게잡지 말고)놀자! (고정관념을)비틀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 예술제 일정
△마로니에 야외무대〓6일 오후2시 중구난방(‘이발쑈 포르노씨’ 등)
△동숭아트센터 마당〓3∼5일 오후6시, 8시 중구난방(‘꽃다지’ ‘인공위성’ 등 노래) 8∼13일 오후6시, 8시 중구난방(라틴댄스등 퍼포먼스)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6―3390 교환 535)〓3∼8일, 10∼15일 이구동성(무용 마임 연극)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로비〓4∼13일 내부공사(언더그라운드 만화 페스티벌)
△카페 큐비(02―766―2726)〓6∼13일 창작무대 ‘우림’연극공연
△모베터블루스(02―762―3123)〓8∼15일 내부공사(회화 만화 사진 전시회)
△서울의대 학생회관(02―740―8184)〓7,8일 여성독립영화 작가전 9,10일 대학영화제(국제학술회의실) 11일 다큐멘터리영화제 12일 퀴어영화제 13일 고딩영화제
△서울의대 야외공연장〓3일 오후8시 씨네마떼끄영화제
△대학로 맥스 라이브클럽(02―3672―2330)〓4일 씨네마떼끄영화제 5∼7일 십만원비디오 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