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테너가 함께 부른 ‘사랑에 빠진 병사’에서 파바로티는 끝에 기습적으로 목소리를 올려 ‘하이 C’를 냈다. 생중계된 콘서트 화면에는 나란히 선 도밍고와 카레라스가 놀라며 당황해하는 표정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이 C란 무엇일까.
테너의 ‘하이 C’란 ‘가온다’음보다 한옥타브 높은 소리를 말한다. 이 소리는 남자가 육성으로 낼수 있는 가장 높은 소리로 여겨져왔다. 19세기 중반의 오페라 악보에는 이보다 높은 소리도 있지만, 음악학자들은 가성(假聲·팔세토)으로 이런 소리를 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19세기 후반들어 ‘하이 C’가 오페라에 쓰인 경우도 적어졌다. 연주의 표준적인 음높이가 반음 가까이 높아졌기 때문.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푸치니 ‘라 보엠’ 등은 하이 C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 오페라다. 그러나 모든 테너가 악보에 쓰인대로 하이 C를 내기는 힘든 일. 잘못하면 목소리가 ‘꺾여’ 망신당하기 일쑤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관현악단은 흔히 반음을 낮춰 연주하기도 한다.
70년대 ‘하이 C의 제왕’으로 불렸던 파바로티도 80년대 후반부터는 좀처럼 이 소리를 선보이지 못해왔다. 더군다나 ‘쓰리테너 콘서트’처럼 많은 청중이 모인 곳에서 이 소리를 낸 것은 처음.
한국에서 하이 C를 낼 수 있는 테너는 60년대까지 안형일이 유일하다시피했지만 최근에는 유무명 테너들이 종종 공연장에서 이 소리를 선보이며 갈채를 받고 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