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거병(擧兵)은 통일신라말기 도탄에 빠진 민초들을 구하려했던 혁명인가, 아니면 쿠데타인가. 비운의 왕조 백제를 부활시키겠다는 백제혼의 발현이었던가.
경북 문경 신라땅에서 태어난 그가 연고도 없는 전라도에서 백제 부활을 외쳤던 것은 대체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알려진 게 별로 없는 견훤의 삶. 그나마 남아 있는 기록도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비극적 영웅에 드리워진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 파란만장한 삶을 생생하게 복원한 책.
저자는 우선 그의 정확한 이름은 견훤이 아니라 진훤이라고 판단한다. 책 제목도 그래서 ‘진훤이라 불러다오’. 그리고 엄연히 백제의 후예이며 현실의 모순에 저항했던 뜨거운 혁명가라는 점까지.
이 책은 한 편의 역사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세상을 정확히 볼 줄 아는 판단력, 백제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꿈꾸었던 열정, 빼어난 인물을 등용할 줄 있는 혜안(慧眼), 노구를 이끌고 백발을 휘날리며 포효하는 웅자(雄姿), 난세를 헤쳐나간 처세술, 라이벌 궁예 왕건과의 대결 그리고 끝내 패장(敗將)이란 나락으로 떨어져야 했던 한 인간의 갈등과 고뇌….
저자는 그러나 패장이라는 대목에서 역사의 진실을 보려한다. 역사는 늘 승자의 기록이었기에. 그 허구를 벗겨내 진훤과 후백제의 실체와 웅대한 이상을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푸른역사. 10,000원. 342쪽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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