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독일 한국 합동음악회 및 리셉션에 귀하를 초청하오니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발신인은 독일연방공화국 대통령 로만 헤어초크. 그가 정치 경제 및 외교현안을 협의하는 바쁜 공식일정 중 하루 저녁을 쪼개 콘서트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주자의 면면은 ‘순 독일산’이 아니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독일의 14세 천재 피아니스트 카롤리네 피셔, 한국의 대표적 실내악단인 서울 바로크합주단, 그리고 엉뚱하게 스위스의 바젤음대 출신 연주자들로 구성된 뉴아트 색소폰 사중주단이 무대에 선다는 것.
“이미 세계인들의 머릿속에는 ‘독일〓음악’이라는 등식이 굳어져 있어요. 굳이 자국 연주자들을 내세우지 않아도 독일대통령이 콘서트를 연다는 것 자체가 그 등식을 재확인하는 겁니다.”
바로크 합주단 리더인 김민교수(서울대)의 말은 이번 콘서트의 ‘열린 마음’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확인시켜 준다.
헤어초크 대통령은 남다른 음악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올해도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 개막연주 행사에 참가했고 축제기간중 ‘바그너와 유태인’이라는 세미나를 주관해 시선을 끌었다.
어디 대통령 뿐일까. 디트리히 겐셔 외무장관도 못말리는 ‘바그너광’으로 자처하는 등 독일 정계 재계에는 내로라하는 음악애호가들이 포진해 있다.그리고 이런 독일인의 음악열은 ‘심오함,논증,정밀성’으로 이어지는 독일의 ‘포지티브(正)’이미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어떨까. 해외에서 아무리 기업 이미지광고를 해도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불분명한 탓에 큰 효과가 없다고들 말한다.
음악회에 참석해 기립박수를 치고 해외에 나가 음악회나 전시회를 주관할 수 있는 ‘문화 대통령’은 언제쯤 나타날 것인가.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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