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별」박두진시인 지다]대표작 「해」

  • 입력 1998년 9월 17일 19시 13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알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띈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뙤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49년작.시집 ‘해’에 수록)

▼ 시인이 말하는 「해」 ▼

‘내 고향 경기도 안성에서 자라면서 나는 대자연의 신비와 웅대성을 알았고 그 심오하고 섬세한 예지를 터득했다. 아침의 햇덩어리, 한낮의 햇덩어리, 낙일(落日)의 햇덩어리는 영원한 경이였다. 그렇게 타고, 그렇게 이글대고 그렇게 맑고, 그렇게 위대한 태양의 실체는 내 시의 실체였고 그 상징의 실체는 바로 내 시의 원천이었다….’

(90년 8월5일자 동아일보 자전에세이 ‘나의 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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